일본 돗토리현 다이센 스키장, 설산 트래킹에 빠지다-일간스포츠[2008.02월 기사]

2009. 10. 19. 07:17일본/혼슈-시코쿠-북해도

일본 돗토리현 다이센 스키장, 설산 트래킹에 빠지다

 


스키 시즌이 끝물로 접어드는 시기다. 그럼에도 설원을 찾는 발길은 줄지 않고 있다. 성수기만 못하지만 리프트를 기다리는 시간이 만만치않다.

이럴 때 일본으로 눈을 돌려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일본에는 400개가 넘는 스키장이 있다. 또한 대부분 천연설을 이용하기 때문에 활강의 재미도 인공설에 비해 두 배다.

하지만 스키 인구는 늘지 않고 있어 어디를 가든 붐비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특히 일본 혼슈섬 남서쪽 돗토리현의 다이센스키장은 한국에서 비행기로 1시간 남짓이면 닿을 만큼 편리한 접근성이 보장되는 데다 환경도 일본 북부 스키리조트 못지않아 한국 스키어들에게 인기다.


인천공항을 출발해 1시간 10분 만에 일본 요나고 공항에 도착, 다시 버스를 타고 1시간 이동하면 다이센스키장에 도착한다. 다이센스키장의 숙소들이 모여있는 마을은 동화 속 마을과 같이 예쁘다. 눈 덮인 집들과 거리 보송보송 내리는 눈은 중력을 벗어나 끝없이 떠다니는 부유물같다.

호텔은 마을에서 좀 더 들어가야 했는데 제설차를 타고 이동한다. 남극에서 이동용 차량으로 쓰기 위해 몇 대 만들었는데 그 중 한 대라고 한다. 날리는 눈발 을 뚫으며 활강중인 스키어들 사이로 가는 기분은 너무나 이국적이다. 단지 2시간 10분 이동했을 뿐인데…. 과분한 기쁨이었다.

다이센산(1709m)은 후지산과 닮았다. 겨울엔 스키로 유명하지만 가을엔 단풍이 아름다워 트래킹 코스로 사랑받는 산이다. 이 산을 깎아 만든 다이센스키장은 슬로프 12면, 리프트 21개로 서일본 최대 규모다.

일본 스키장을 제집 드나들듯 한다는 양연진 데몬스트레이터는 다이센 스키장을 한마디로 '패밀리형 스키장'이라고 정의한다. 초·중급자 중심의 슬로프가 다채롭게 구성돼 있고, 한국의 광장형 스키장과는 달리 아기자기하다는 것이다.


데몬스트레이터 양연진씨가 다이센 스키장 신설위에서 활강하고 있다. /사진가 김우일


천연 파우더눈 역시 일본의 다른 스키장과 달리 가볍지 않아 활강의 재미가 다르다고 한다. 슬로프를 바꿔 타고자 할 때 리프트를 이용해도 되지만 슬로프 사이에 있는 오솔길을 따라 이동하는 색다른 재미가 있다. 워낙 한적해 리프트 줄서기도 없다.

최상급자 코스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그림같다. 치마폭처럼 펼쳐진 산자락, 그 끝과 만나는 동해바다는 가슴이 확 트일 만큼 시원하고 웅장하다. 경치를 감상하며 아찔한 경사면을 따라 속도감 있게 내려가는 기분은 짜릿함을 넘어 황홀할 지경이다.

스키장 휴게소는 빼놓을 수 없는 '참새의 방앗간'이다. 보관함이 없으나 장비 분실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휴게소에서는 라면·카레·도시락 등을 파는데, 눈감고 찍어도 실패하지 않을 만큼 중간 이상은 한다. 특히 닭고기를 얹어 내오는 덮밥이 유명하다. 라면과 덮밥은 650(약 5700원)~800엔(약 7000원). 도시락 800~1000엔(약 8700원).

●설산트래킹

스키장에서 빌려주는 스노 슈를 이용한 설산 트레킹도 재미있는 프로그램이다. 우리의 전통 설상화인 설피를 연상시키는 모습으로 가로 20㎝, 세로 35㎝의 알루미늄 재질의 프레임과 바닥에 아이젠같은 발톱이 달려 미끄러지지 않도록 했다.

우선 리프트를 타고 슬로프 최정상으로 오른 후 슬로프가 아닌 눈밭으로 발길을 옮기면 트레킹이 시작된다. 발 아래로는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순백의 세상, 머리 위에는 두터운 솜이불을 덮은 듯 눈을 잔뜩 이고 있는 나뭇가지들이 별천지를 연출한다. 다만 눈사태 등 보이지 않는 위험이 적지 않아 지형에 익숙한 가이드를 동반해야 한다. www.daisen.jp/ski

돗토리(일본)=김영미 리포터 [elp360@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