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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카 최후의 공중도시 '마추픽추'로 가는 길

trekker 2010. 5. 13. 09:00

잉카 최후의 공중도시 '마추픽추'로 가는 길

시간을 초월한 여행-잉카트레일, 잃어버린 도시 마추픽추 탐험

 

  

▲안개 속에서 신비한 모습을 드러내는 잉카 최후의 공중도시 마추픽추. 일출시에 마추픽추를 보려면 이른새벽에 도착을 해야 한다.

 

잉카트레일(Inca Trail)은 분명 지구촌 트레커들이 평생 걷고 싶은 길 중에 하나이다. 잉카제국의 통신수단이었던 '잉카의 길(Camino Inca)'은 한 때 북쪽의 에콰도르 키토에서부터 남쪽으로 페루, 볼리비아, 아르헨티나와 칠레 산티아고에 이르기까지 끝없이 연결되어 있었다.

 

그러나 16세기 스페인의 정복자 프란시스코 피사로에 의해 잉카제국이 멸망해 버리자 잉카의 길도 함께 끊겨 버리고, 현재는 쿠스코 쪽에서 마추픽추 이르는 약 33km에 달하는 길이 관광객을 위한 트레킹 코스로 남아 있다.

 

잉카의 길은 '산타아고 데 콤포스텔라'의 기독교 성지순례나 '영혼의 도시 티베트 라사'로 가는 불교성지를 찾아가는 도보여행과는 다소 차원을 달리하는 보다 자유로운 길이라 할 수 있다. 어떤 특별한 목적을 두지 않고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은 안데스의 만년설과 군데군데 수수께끼처럼 남아있는 신비한 잉카제국의 문명에 흠뻑 매료되고 만다.

 

 

 ▲잃어버린 공중도시 마추픽추 탐험 길에 나서는 노부부. 유적지에 도착을 하면 모든 시름을 잊어버린다.

 

 

잉카의 길을 따라가는 자는 그가 역사학자이던 고고학자이던 건축가이던 아니면 그저 단순한 여행자이건 간에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색다른 기운과 묘한 영감을 느끼게 된다. 잉카 최후의 잃어버린 공중도시 마추픽추로 가는 길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지구촌에서 가장 신비하고 아름다운 길이 아닐까.

 

잉카인들이 미라만을 남겨두고 사라진 뒤 400년 동안이나 두꺼운 이끼에 덮여 깊고 험준한 산속에 묻혀 있던 마추픽추는 1911년 미국 역사가 하이럼 빙엄에 의해 발견된 뒤, 마추픽추로 가는 잉카트레일은 그 명성을 더해가며 관광객들이 엄청나게 몰려들고 있다.

 

페루 정부는 이 귀중한 고대문화 유적지를 보존하기 위해 트레커의 수를 하루에 50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포터와 가이드의 수를 빼고 나면 트레킹에 참여할 수 있는 여행객은 고작 250명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때문에 대부분의 트레커들은 쿠스코에서 트레킹 예약을 미리하고 이른 아침에 쿠스코에서 파란 색의 협궤 열차를 타고 트레킹 출발점으로 간다.

 

 

▲잉카제국의 수도 쿠스코에서 마추픽추로 가는 푸른색의 협괘열차. 이른아침에 출발하는 기차를 타야한다. 

 

 

이른 아침 덜컹 거리는 협궤열차를 타고 안데스의 협곡을 달려보는 것도 특별한 매력이 있다. 쿠스코를 출발한 기차는 급경사를 오르기 위해 몇 번이나 앞뒤로 '스위치백(왔다갔다 지그재그 오름)'을 반복한 끝에 느리게 안데스의 계곡을 기어간다. 이는 마치 우리나라 통리-도계역 사이를 기차가 '스위치백'을 하며 올라가는 것과 같다.

 

꼬불꼬불한 계곡을 덜커덩 거리며 기어가는 기차 안에서 안데스 절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모든 시름이 사라져 버린다. 기차는 점점 더 깊은 정글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키 큰 유칼립투스 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선 원시림, 청정한 공기, 멀리 만년설을 머리에 이고 있는 설봉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쿠스코를 출발한 기차는 스위치백을 하며 정글을 지나 약 2시간 후에 잉카트레일의 출발점인 KM82 역에 도착한다.

 

 

쿠스코를 출발한지 약 2시간 후에 기차는 쿠스코로부터 82km 떨어진 오첸타이오초 역에 도착한다. 4일간의 잉카트레일을 떠나는 여행자들은 대부분 이 역에서 내린다. 우루밤바 강을 가로지르는 출렁다리를 건너가면 바야흐로 3박 4일간의 긴 보도여행길로 접어든다.

 

트레킹에 필요한 거의 모든 짐들은 챠스키의 후예들인 원주민 포터들이 짊어진다. 그들은 40kg이 넘는 무거운 배낭을 걸머지고도 항상 우리를 앞서서 걸어간다. 나는 주머니에 코카 잎 한 줌, 마실 물이든 물병만 집어넣은 가벼운 배낭을 짊어졌건만 3000m 고지를 향한 발걸음은 마치 엘리베이터가 등 뒤에서 잡아끄는 것처럼 힘들기만 하다.

 

 

▲잉카트레일을 걷기 위해 세계각처에서 몰려든 트레커들. 유적지보존을 위해 하루에 50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잉카시대에 인간파발꾼 '챠스키(Chaski)'들은 잉카의 길을 통해 왕명을 각 지역에 전달했다. 잉카의 길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탐보(Tambo)'라고 부르는 역참이 20~30km 간격으로 세워져 있었는데, 챠스키들은 릴레이 방식으로 탐보 사이를 오가며 왕의 급보를 전달했다.

 

 

문자가 없었던 잉카인들은 '퀴푸(Khipu)'라고 불리는 매듭을 지어 만든 짧은 문장을 들고 나는 듯이 뛰어 목적지가 가까워지면 소라 고동을 불어 자신의 도착을 알렸다. 쿠스코에서 리마까지 약 640km의 거리를 불과 3일 동안에 연결했다고 하니 한 사람이 하루에 200km를 달렸다는 이야기이다.

 

인간이 해발 4~5,000미터가 넘는 산을 달려간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그래서 잉카인들은 이 길을 카파쿠냔(위대한 길)이라고 부른다. 잉카제국의 수도 쿠스코가 잉카의 심장이라고 한다면 '잉카의 길'은 혈관 역할을 담당한 샘이다(◀사진 : 왕명을 새긴 퀴푸를 들고 소라고동을 불며 달리는 잉카시대의 인간 파발마 챠스키).

 

출발지점에서 가이드는 말한다. 천년 전에 만들어진 잉카의 길은 안데스의 신이 허락을 한 자만이 걸을 수 있다고… 그러니 오늘 트레킹에 참여한 여러분은 신의 선택받은 사람들이라고…. 이어서 그는 역시 신이 선물한 것이라며 코카 잎을 한 줌씩 나누어 준다. 숨이 차거든 잠시 걸을 멈추고 신이 하사한  코카 잎을 입에 넣고 잘근잘근 씹으시오. 코카 잎과 신이 당신을 보호해 드릴 겁니다. 트레킹 시 주의사항을 간단히 말하고 곧 바로 트레킹이 시작된다.

 

첫날은 약 12km를 걸어서 해발 3000m 고지 Wayllabamba에서 1박을 한다. 출발기점에서 2시간을 걸어 온 뒤 잠시 큰 계곡 사이에 자리 잡은 '높은 도시'란 뜻을 지닌 잉카의 주거지 랴크따빠따(Llaqtapata)에서 잉카인들의 생활에 대한 설명을 듣고 다소 가팔라진 길을 서서히 오른다. 트레킹 첫날 초장 길부터 육신의 진액이 완전히 다 빠져 나가고 체력이 바닥을 친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평지라고는 하지만 해발 2600미터가 넘는 고지대다. 이런 상태에서 과연 4일간의 트레킹을 마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왜 이렇게 힘든 길을 오를까?

 

     '인간이라는 종(種)은 두 개의 발로부터 시작되었다'(프랑스의 고고학자 드루아 구랑)

 

수십만 년 동안 인간은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옮겨가기 위하여 발로 걸었고, 지금도 그렇게 걷고 있다.  걷는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또 다른 세계로 활짝 열어놓는 것이다. 발로 걷는 동안 인간은 모든 감각기관의 모공(毛孔)을 우주의 세계로 활짝 열어 매우 능동적인 명상에 빠져들게 된다. 발과 다리, 팔과 몸으로 땅을 딛고 걸으면서 인간은 살아있는 것에 대한 행복을 느끼게 된다. 트레킹의 묘미가 바로 여기에 있다.

 

숨이 차면 나무나 언덕에 잠시 기대어 서서 신의 선물인 코카 잎을 잘근잘근 씹는다. 헐떡 거리는 숨을 몰아쉬고 가까스로 도착한 Wayllabamba. '풀이 우거진 평지(grassy plain)'란 뜻을 지닌 지역에서 텐트를 치고 첫날밤을 보낸다. 밤이 되면 안데스의 고지는 겨울처럼 춥다. 허지만 텐트 밖 하늘에는 이윽고 별들의 축제가 시작된다. 덜덜 떨며 손에 잡힐 듯한 별들을 바라보다가 뜨거운 코카차를 한잔 마시고 침낭속으로 기어들어가 누에잠을 청한다.

 

 

 

 ▲걷는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또 다른 세계로 활짝 열어놓는 것이다. 발로 걷는 동안 인간은 모든 감각기관의 모공(毛孔)을 세계로 활짝 열어 매우 능동적인 명상에 빠져들게 된다. 체력이 바닥을 쳐도 사람들은 신비로운 풍경에 빠져들며 걷고 도 걸으며 살아있는 것에 대한 행복을 느끼게 된다.

 

둘째 날, 11km를 걸어 해발 4200m 높이의 '죽은 여인의 고지(Dead Woman's Pass)란 의미를 지닌 Wuarmihuanusca를 넘을 때는 추위와 강한 바람, 그리고 희박한 산소로 인하여 사람들은 극도의 수직한계를 느낀다. 그런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하늘을 나는 거대한 콘도르와 꽃에서 꿀을 빨아먹는 벌새, 이름 모를 야생화를 발견하고 환성을 지른다. 그리고 길모퉁이를 돌아갈 때 살짝살짝 보여주는 살칸타이(6271m)베로니카(5750m)봉우리들을 바라보며 탄성을 지르기도 한다.

 

16km를 걸어야 하는 셋째 날도 결코 만만치가 않다. 4000m를 넘는 고지를 걸을 때에는 인간은 허파와 혈액순환의 부조화, 그리고 다리 절임의 끊임없는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마음은 몸 구석구석 고통스런 상태를 진단하게된다. 그리고 자신과 철저한 투쟁을 하며 오직 자신만의 리듬으로 천천히 걷는 자만이 견딜 수 있다. 이렇게 힘든 길을 포터들은 40kg의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도 성큼성큼 걸어가다니 과연 파발꾼 챠스키의 후예답다. 

 

 

 

 

▲수직한계를 느끼는 힘든 길에서도 사람들은 유적지와 길섭에 핀 이름모를 야생화에 감동하며 탄성을 지른다.

▲4000m를 넘는 고지에서는 자신과의 철저한 싸움에서 이긴 자만이 고산지대를 극복할 수 있다. 그런 와중에서도 트레커들은 쉬는 시간에 익살과 유머를 잃지 않는다. 

 

'가까이 하기 어려운 마을(Inaccessible Town)'이라 불리는 Sayacmarca을 지나 '구름의 마을(Town in the Clouds)'란 의미를 지닌 Phuyapatamara 유적지에 도착한다. 3700m 고지에서 바라보는 돌을 쌓아 만든 유적지는 매우 감동적이다. 한 가닥 구름이 유적지를 에워싸고 지나간다. 과연 '구름의 마을'이란 이름을 붙일만 하다. 그러나 우리는 유적지에 오래 머물 수가 없다. 오늘 밤 묵을 둥지까지 가기 위해서는 다시 부지런히 걸어야만 한다.

 

구름의 마을에서 계단을 타고 내려와 거의 수직으로 내리 뻗은 길을 곤두박질치며 내려간다. 무릎을 조심하시요. 가이드가 외치는 소리를 들으며 정신없이 길을 내려간다. 내려가는 길인데도 올라가기보다 더 힘이 든다. 새벽에 눈을 뜨면 밤에 눈을 감을 때까지 걸어야만 하는 길. 비몽사몽. 온 세상이 아득하게 멀어져 가는 것만 같다.

 

마지막 한 방울 남은 에너지가 고갈 될 무렵 마침내 트레커들의 호스텔인 '영원한 젊음(Forever Young, Winay Wayna)'에 도착한다. 트레커들은 마치 풍선이 꺼지듯 여기저기 주저앉아 안도의 휴식을 취한다. 그 모습은 영원한 젊음이 아니라 영원한 늙음처럼 보인다. 이곳은 2700m 고지인지라 숨쉬기도 비교적 수월하고, 숙박시설과 레스토랑까지 있어 트레커들이 그간의 피로를 풀기에 좋은 장소다. 잉카의 맥주를 한 잔 마시며 비교적 느긋한 밤을 보낸다.

 

다음 날은 트레킹 마지막 날이다. 새벽 4시에 일어나 간단한 요기를 하고 어둠을 깨며 다시 걷기 시작한다. 마추픽추까지 마지감 6km의 트레일이 남아있다. 해가 뜨기 전에 '태양의 문(Intipunku)'에 도착하여 일출시에 공중도시 마추픽추를 감상하기 위해서다. 아, 이일을 어쩌나! 5시 30분에 태양의 문에 도착을 하니 안개가 자욱하게 끼여 있어 마추픽추 보이지 않는다. 태양의 문에서 바라보는 마추픽추야 말로 진짜 '공중도시'처럼 보이는 곳인데...

 

잠시 실망감에 젖어 있을 때 한 원주민 포터가 안개 속에서 마법의 피리(?)를 꺼내어 불기 시작하자 순식간에 안개가 걷히고 잉카 최후의 도시 마추픽추가 그 장엄한 모습을 드러낸다. 세상 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멋진 절경이 '늙은 봉우리''젊은 봉우리' 사이에 펼쳐진다.

 

 

 

 

 

 

 ▲퓨마의 형상을 닮은 와이나 픽추(젊은 봉우리)

 

▲새벽녘 해가 뜨기 전에 도착한 태양의 문에서 바라본 마추픽추는 짙은 안개 속에 가리워져 있다. 잠시 실망의 순간 한 원주민 포터가 마법의 피리(?)를 불기 시작하자 마추픽추는 안개의 베일을 걷어내고  신비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젊은 봉우리는 퓨마의 모습을 닮아 잉카인들이 풍수지리학에도 능통했음을 알 수 있다.

 

거대한 도시 자체가 구불구불한 계곡들에 완전히 가려져 있어 산 밑에서는 도저히 발견을 할 수가 없는 천혜의 요새다. 외부의 침입을 방어하고자 하는 잉카인들의 지혜가 엿보이는 순간이다. '늙은 봉우리(Machu Picchu)' 건너편에 위치한 '젊은 봉우리(Wayna Picchu)'는 콘도르와 퓨마의 모습을 닮았다고 하는데, 이것은 콘도르와 퓨마를 숭배하는 잉카인들이 도시를 건설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들도 일종의 풍수지리와 같은 학설을 가지고 있었음에 틀림없다.

 

태양의 문을 지나 유적지에 도착을 하면 어디서부터 탐험을 해야 할지 잠시 망설여진다. 그러나 어느 길을 택하든 시간을 초월한 고대 유적지에 파묻히게 된다. 당신은 그저 좁은 미로를 따라 유적지를 관통하며 이곳저곳을 헤매고 다니는 것만으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여행을 하는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고대 유적지에 도착하면 당신은 그저 좁은 미로를 따라 유적지를 관통하며 이곳저곳을 헤매고 다니는 것만으로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면도날조차도 들어갈 틈이 없는 네모난 벽돌, 계단식 밭, 사원, 궁전, 양수장, 수로, 감옥, 능묘들을 바라보며, 수례바퀴와 문자가 없는 잉카인들이 어떻게 이토록 정교하게 돌을 운반하고 건축을 했는지 도저히 가늠하기 어렵다.

 

면도날조차도 들어갈 틈이 없는 네모난 벽돌, 계단식 밭, 사원, 궁전, 양수장, 수로, 감옥, 능묘들을 바라보며, 수례바퀴와 문자가 없는 잉카인들이 어떻게 이토록 정교하게 돌을 운반하고 건축을 했는지 도저히 가늠하기 어렵다.

 

유적지의 가장 높은 곳에는 하늘과 별을 관측하기 위한 인티와타나(Intihuatana)라는 첨성대가 세워져 있다. 큰 돌을 깎아서 만든 돌출 각주는 36cm인데, 각주의 모서리는 동서남북을 가리키고 동지 때에 태양이 돌 각주의 모서리에 연결한 대각선을 통과한다고 한다. 잉카인들이 오래 전부터 현명하고 과학적이었다는 증거를 보여주는 모습이다.

 

 

 

 

▲ 유적지의 중심지인 잔디밭 광장에는 가시나무 한 그루가 외로이 서 있다. 그 나무 밑에는 누워서 잠을 자는 사람, 책을 읽는 사람, 편지를 쓰는 사람, 사색에 잠겨 있는 사람들로 붐빈다. 만약에 당신이 그 나무 아래 누워 있다면 무슨 생각을 하겠는가? 하늘을 나는 콘도르만이 잉카인들의 아픈 마음을 알고 것이다.

 

 

유적지의 중심지인 잔디밭 광장에는 가시나무 한 그루가 외로이 서 있다. 그 나무 밑에는 누워서 잠을 자는 사람, 책을 읽는 사람, 편지를 쓰는 사람, 사색에 잠겨 있는 사람들로 붐빈다. 만약에 당신이 그 나무 아래 누워 있다면 무슨 생각을 하겠는가?

 

'당신의 향기가 나의 뿌리를 타고 내가 들고 있는 술잔까지 올라온다' 페루의 저항 시인 세사르 바예호가 노래한  시의 한 구절이다. 그는 '스페인이여! 내게서 이 잔을 거두어 다오'라고 외치며 스페인에 저항했던 시인이다. 그는 피사로의 추격에 잉카인들이 이곳을 버리고 떠나가지 않을 수 없었던 슬픔을 마추픽추의 폐허에 서서 노래했을 것이다.

 

황금을 좇는 정복자 프란시스코 피사로도 결코 발견하지 못했던, 잉카 최후의 도시 마추픽추를 버리고 잉카인들은 173구의 미라를 남긴 채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길'보다는 '숲'이 되고 싶다는 '엘 콘도르 파사(철새는 날아가고)'의 가사처럼 숲 속의 자유인이 되고 싶어 그들은 또 다른 마추픽추 찾아 떠나가 버렸을까?

 

 

 

 

 

 

굿바이 보이들이 버스보다 빨리 뛰어다니는 구불구불한 길을 걸어 아구아스 칼리엔테스 역에 도착한다. 쿠스코로 가는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잠시 잉카의 맥주 한 잔을 기울이며 잠시 트레킹 답파의 감동을 음미해 본다.

 

 

잔디광장에서 일어나 이제 3박 4일의 마지막 도보여행 길에 오른다. 마추픽추를 뒤로 하고 산정을 내려오며 몇 번이나 뒤돌아보면서 매력적인 유적을 떠나보내는 아쉬움을 달랜다. 안개가 완전히 걷힌 공중도시 마추픽추는 응답이라도 하듯 작열하는 태양빛을 받아 찬란하게 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굿바이 보이들이 버스보다 빨리 뛰어다니는 구불구불한 길을 걸어 아구아스 칼리엔테스 역에 도착한다. 쿠스코로 가는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잉카의 맥주 한 잔을 기울이며 잠시 트레킹 답파의 감동을 음미해 본다.

 

신비로운 안데스의 절경과 이국적 풍경을 따라 트레킹을 즐기고, 혹독한 트레킹 후 고대 잉카 유적지에 도달하는 이색적 경험은 일생에 몇 번이나 가능할까? 극기(剋己)는 상진(常進)한다. 만약 당신이 트레킹을 좋아하고 사라져버린 잉카제국에 관심이 있다면, 일생에 한 번쯤은 잃어버린 잉카 최후의 공중도시 '마추픽추'를 향해 보도여행을 떠나보는 것이 어떻겠는가? 시간을 초월하여 잉카 최후의 공중도시 마추픽추로 떠나는 여행은 지친 심신에 내공을 길러주어 당신의 생애에 큰 활력소를 불어 넣어 줄 것이다. 

 

(잃어버린 공중도시 페루 마추픽추에서 글/사진 찰라)

 

 

 

  ※ Inca Trail Map(클릭하면 큰 지도를 볼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