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희가 평생 감상한 그림, 중국 복건성 무이산 '선경'

2008. 7. 12. 14:22중국/중국 동부 트레킹

 만약 퇴계 이황이 타임머신을 타고 현세에 나타난다면 그는 휴가지로 어디를 택할까. 주자의 영향을 깊이 받은 그는 아마도 제일 먼저 무이산 구곡계로 달려가지 않을까. 주희가 오랜 세월동안 머물며 자신의 학문과 사상을 집대성한 장소 답게 복건성 북부 승안현에 위치한 무이산 지역 전체에서는 주자의 발자취를 만끽할 수 있다. 계림이나 장가계와는 또 다른 무이산의 풍경도 압권. 뗏목과 등반을 통해 중국인들이 죽기 전에 꼭 한번 보고 싶어한다는 무이산의 안팎을 온 몸으로 체험할 수 있다. 또 한국과 무이산의 경유지인 하문은 대만과 인접한 중국 최남단의 경제특구 도시로 남국 특유의 정취가 있다.


▲ '또 하나의 계림'으로 불리는 무이산은 주자학을 집대성한 주희의 체취가 곳곳이 묻어난다. 사진은 무이산 전경
▶ 무이산 구곡계

무이산 관광의 하이라이트. 뱃사공 2명이 긴 대나무 노로 6인승 뗏목을 운항한다. 가이드가 1시간20여분간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구곡계 주변의 봉우리와 기암절벽들의 전설을 구구절절 이야기해준다. 봉긋 솟은 젖가슴을 연상시켜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쌍유봉은 옥황상제 둘째 부인의 젓가슴. 둘째 부인을 질투한 첫째 부인이 독수리를 시켜 둘째 부인을 찢어죽이게 해 그때 떨어진 가슴부위라고 한다. 인근 독수리 바위는 격노한 옥황상제에 의해 죽임을 당한 독수리의 부리와 몸통이라고. 호리동은 천년묵은 여우가 살던 곳, 수월청은 주희가 부인과 보름달을 감상하던 곳이라는 등의 설명이 이어진다.

뗏목에서 내리면 천유봉 등반 코스가 이어진다. 거대한 바위 산에 파놓은 800여개의 돌계단을 힘겹게 오르고 나면 산 정상에 커다란 절과 등반객들이 쉴 수 있는 휴게공간이 펼쳐진다. 천유봉은 하늘에서 유람을 하는 기분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 산꼭대기에서 술 한 잔 하면 신선이라도 된듯하다.

▶ 주희박물관

천유봉에서 내려오면 주희 박물관을 만난다. 주희가 머물던 당시 벽이 보존돼 있는가하면 주희와 함께 중국을 풍미한 학자들의 기록들도 잘 정리돼 있다. 주희의 영향을 받은 해외 학자 명단에 퇴계 이황의 이름도 있다.

▶ 대홍포와 수련동

대홍포와 수련동은 무이산 관광 이틀째 코스. 대홍포는 지난해 6g을 생산해 싱가포르 사업가에게 3000만원에 팔았을 만큼 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차의 원산지. 오리지널 대홍포는 달랑 6그루이며 나머지는 모두 아류다. 청나라 건륭제가 황제가 되기 전에 이곳을 지나다 쓰러진 적이 있는데 당시 지나가던 스님이 타 준 차를 마시고 벌떡 일어났다고. 이후 황제가 되자 다시 이곳을 찾아와 자신이 입은 홍포를 씌워주고 치하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9번을 우려먹어도 맛이 한결같단다. 무이산에서는 따라서 대홍포 등을 비롯한 각종 우롱차들을 선물용으로 파는 곳이 많다.

대홍포에서 1시간30여분동안 등반을 하면 닿는 곳이 수련동. 높은 산꼭대기에서 물이 떨어지는데 신선이 바가지로 물을 붓는듯 1년 365일 끊임없이 물방울이 쏟아져 내린다. 연못처럼 생긴 수련동 주변을 한바퀴 돌면 부자가 되고 세바퀴 돌면 멋진 배우자를 만난다는 말에 많은 이들이 한바퀴만 돈다. 사랑 보다 돈이 좋은 걸까, 걷기가 귀찮은 걸까. 쏟아지는 물을 받아 탔다는 꿀 차 한잔이면 강행군으로 지친 피로가 녹아져 내린다.


▲ 본래 외국인 별장이 밀집해 있던 고량서는 세련된 풍모를 지닌 하문의 대표 관광지다.
▶ 하문의 고량서와 남보타사

무이산 일정에 하루를 추가하면 경유지인 중국 최남부의 경제특구 하문에서 골프를 치거나 고량서와 남보타사를 관광할 수 있다.

고량서는 원래 외국인들의 별장이 밀집돼 있었는데 현재는 관광지로 개발된 지역. 배를 타면 5분 만에 닿는데 백조원, 일광암사, 피아노 박물관 등 다양한 볼거리가 즐비하다. 일광암사에서 백조원으로 건너갈 때는 케이블카로 이동, 짜릿한 스릴감도 느낄 수 있다. 남보타사는 중국의 6대 사찰 중 하나. 거대한 바위에 도금된 불(佛)자, 만지면 큰 돈을 벌게 해준다는 엽전 등이 인상적이다.

하문에는 좋은 골프장도 많아 고량서나 무이산 일정을 생략하고 주말에 이틀간 골프만 즐기다 가는 골퍼들도 많다. 무이산 또한 내년 중순 골프장을 개장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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