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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반다이산

trekker 2010. 6. 9. 20:48

후쿠시마현(福島縣)의 반다이산(磐梯山·1,819m)은 일본에서 백명산(百名山) 중 하나로 꼽히는 명산이다. 반다이아사히(磐梯朝日) 국립공원에 속해 있는 반다이산은 우리가 내외설악으로 나누듯 남쪽과 북쪽의 이름이 다르다. 일본에서 네 번째로 큰 호수인 이나와시로(猪苗代湖)를 중심으로 너른 평야가 펼쳐지는 남쪽 지역은 오모테반다이(表磐梯)라 하고, 100여 개의 호수와 소 및 늪이 산재한 북쪽 일원은 우라반다이(裏磐梯)라 부른다.


내설악처럼 은밀한 자연미를 보여주는 우라반다이는 우리나라 대관령과 비슷한 해발 800m대를 유지해 한여름 무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곳으로, 일본에서는 여름 휴양지로 이름나 있다.


“와~, 일본도 일기예보가 틀리는데.”


어제 오후 우라반다이 일원의 호수 트레일 탐승을 함께 한 가이드 무쓰히로 이케다씨가 오늘 날씨가 또 좋지 않으리라는 말에 기대하지 않았지만 새벽녘 유리창 너머로 바라보이는 반다이산은 허리에 구름띠를 두른 채 머리에는 푸른 하늘을 얹고 있었다.


▲ 하나바타케에서 내려다보는 우라반다이 일원. 호수와 숲이 어우러져 풍요롭고도 아름다운 곳이다.

날이 좋으면 새벽 일찍 다시 돌아보자는 이케다씨와의 약속대로 오전 5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숙소를 출발, 곳곳에 산재한 호수 트레일에 나섰다. 히바라코(木춺原湖), 오노카와코(小野川湖), 고시키누마(五色沼) 등 숲 울창한 호숫가에서 바라본 반다이산은 요정들의 나라처럼 신비롭게 느껴졌다.


“121년 전인 1888년 7월 15일 화산 폭발 이후 인위적으로 심은 나무들이 자라 형성된 자연입니다.”


반다이산 일원은 화산 폭발 직후 산이 반 정도 무너져 내려 산 아래는 온통 황토빛이었다. 산기슭 주민 500여 명이 사망했을 정도였으니 그 피해는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힘은 대단했다. 초토화된 산기슭 호숫가 주변에 한 해 한 해 심은 나무는 이제 원시림을 연상케 할 정도로 우거진 상태다.


▲ 요정들이 살 듯싶은 히바라코에서 바라본 반다이산. 오른쪽이 정상이다.

“오늘 산행은 하치방다이에서 능선을 타고 나카노온천(中湯) 터와 고보키요미즈(弘法淸水) 산장을 거쳐 정상에 올랐다 다시 온천으로 내려선 다음 ‘아카누마 습지를 거쳐 스키 리조트로 내려서는 코스입니다. 여섯 시간 이상 걸릴 겁니다.”


오전 8시 반경, 숙소를 출발한 승합차가 아스팔트도로를 따라 올라선 고갯마루가 핫포타이(八方台·1,194m)였다. 평일인데도 일본의 중장년 등산인들은 승용차에서 내려 산행 채비를 차리고 있었다. 어제 오후부터 우리를 안내하고 있는 무쓰히로 이케다씨는 울창한 너도밤나무숲 그늘이 시원스럽게 드리워진 산길을 따라 걷는 사이 너도밤나무는 한자로 나무 ‘木’ 자와 없을 ‘無’ 자를 합친 ‘무(木無)’라 알려주었다.


▲ 핫포타이에서 나카노온천 터로 이어지는 너도밤나무 숲길.

이렇듯 아무런 쓸모없는 나무란 이름을 지녔음에도 너도밤나무는 주변의 산림이 우거지게 하는 데 큰 도움을 주는 나무였다. 나뭇잎 하나에 1g 이상의 물을 포함하고 있고, 뿌리는 크진 않아도 스펀지처럼 물을 듬뿍 머금고 있다가 조금씩 밖으로 분출해 주변 땅이 마르지 않게 해줘 숲이 울창할 수 있게 하고, 그로 인해 동물이 서식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숲을 빠져나가 언덕을 넘어서는 순간 매캐한 유황냄새가 코를 찌른다. 놀랍게도 언덕 너머 푹 꺼진 지형에 작은 연못 같은 소가 형성돼 있고, 그 물 밑에서 온천수가 솟아나고 있었다. 온천수 바로 아래 나카노온천장(약 1,300m)은 사람의 발길이 끊어진 지 이미 오래인 듯 지붕과 벽 곳곳이 허물어져 있었다. 이케다씨는 온천수가 샘솟는 작은 소로 다가서더니 배낭에 넣어온 달걀 4개를 물속 깊이 집어넣은 뒤 “하산 길에 출출한 배에 집어넣을 비상식”이라며 즐거워했다.


▲ 1.솜털처럼 가볍게 느껴지는 술패랭이 꽃. 2.나리꽃처럼 생긴 비비추속 식물. 3.아카누바 호숫가의 두꺼비. 주변의 빛과 비슷한 구릿빛을 띠고 있다.

안부에서 목도를 따라 100m쯤 오르자 갈림목(磐梯山 登山路 入口 4.6km·八方台 1.2km·弘法淸水 1.6km·頂上 2.0km). 예로부터 고보키요미즈 산장까지는 오르막 능선길이다. 노년의 남녀 등산인들뿐 아니라 방학을 맞아 초등학생들을 데리고 온 부모들 역시 땀을 뻘뻘 흘리며 산을 오르고 있다. 이들은 숲 우거진 능선길에서 무표정하다가도 숲이 벗겨질 때마다 환호성을 질렀다. 능선 왼쪽으로 산사면은 칼로 베어낸 듯 잘려나가고 그 아래로는 천길 낭떠러지처럼 섬뜩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가까이 바라보이는 우라반다이 일원은 동화 속의 나라처럼 아름다우면서도 신비스럽게 느껴졌다. 구릉지대는 숲이 울창하게 우거져 있고 살짝 내려앉은 곳에는 코발트빛 산중호수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저게 분화구예요. 눈이 많이 내리는 한겨울에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릅니다.”


이케다씨는 하얀 수증기가 피어오르고 있는 절개지 한쪽 사면을 가리키며 121년 전 화산 폭발 때 형성된 분화구라 알려주었다.

         

온천장을 출발한 지 50분쯤 되자 또다시 갈림목(花畑 0.2km·弘法淸水 0.3km)에 닿았다. 하나바타케(花畑)-. 꽃이 얼마나 많기에 꽃밭이란 이름을 지녔을까 궁금해하며 이케다씨를 따르자 평원이 널찍하게 펼쳐지더니 그 너머는 수백 미터 낭떠러지로 뚝 끊어지고 낭떠러지 아래로는 한라산 백록담을 내려다보는 듯 산중호수가 아름답게 자리 잡고 있다. 하산길에 방문할 산중 늪지인 아카누마였다.


장마 통에 반짝 열린 하늘은 우리만 즐겁게 하는 게 아닌가 보다. 평원의 꽃들도 활짝 피어 반짝이고, 산새들은 제각기 아름다운 소리로 지저귄다. 산새 소리를 들으며 야생화가 바람에 흔들리는 산길을 따라 짤막한 된비알을 올려치자 고보키요미즈 산장(약 1,600m). 두 개의 산장 앞에는 정상을 올라섰다 내려서거나 올라서기 위해 숨을 고르는 일본 등산인들이 모여 있었다.


▲ 폐허가 된 나카노온천 부근의 소에서 유황온천수가 솟구치고 있다. 손을 담그면 뜨겁게 느껴질 정도의 수온이다.

“와, 이건 완전 냉수야, 냉수.”


이가 시릴 만큼 차가운 물이 파이프를 타고 흘러나오는 샘 부근에는 산장도 있고 널찍한 평전도 있건만 산장 숙식도 야영도 허용되지 않는 지역이라 한다. 잠시 숨을 고른 다음 0.5km 길이의 된비알 능선길을 올라섰다.


“와~, 완전 딴 세상이야, 딴 세상.”


▲ 121년 전 화산폭발로 황폐화한 자연이 되살아나고 있는 아카누마 일원.

산장에 머물 무렵 산정을 덮고 있던 구름이 정상에 올라설 즈음 벗겨지면서 잠자리 떼가 군무를 추며 반겨주고 좌우 전혀 다른 풍광이 펼쳐졌다. 화산 폭발로 자연이 새롭게 형성된 북쪽 산 아래 풍광이 험상궂게 느껴진다면, 굵은 능선과 울창한 숲에서 구름안개가 피어오르는 오른쪽(서쪽) 풍광은 선경이라 할 만 했다. 한쪽은 죽어가는 듯하다면 다른 한쪽은 살아 움직이는 상반된 풍광을 보여주는 것이다.


“자 먹어봐요.”


하산길에 고보키요미즈 산장에서 점심 식사를 마친 다음 나가노 온천장에 도착하자마자 가이드는 온천수에 담가두었던 달걀을 끄집어냈다. 어제 내린 빗물이 위에서 흘러들었던 아침 나절과 달리 온천수는 손을 넣고 있기 힘들 만큼 수온이 올라간 상태다. 달걀 껍질은 유황에 변해 새카만 빛깔을 띠었지만 속은 바위에 내려치자 액체가 그대로 흘러내릴 정도로 전혀 익지 않은 상태였다. 가이드 말에 의하면 유황 성분이 높은 온천수에 5분 이상 몸을 담그면 오히려 건강을 해친다 한다.


▲ 우라반다이의 호숫가에서 맞이하는 아침 햇살.

“그냥 가는 게 어때요? 별 볼 일 없을 것 같은데.”


유창우 기자는 “핫포타이로 곧장 하산하는 게 어떻겠느냐?” 묻는다. 그럴 수야. 등로와 하산로는 달라야 하는 게 당연지사.


▲ 나카노온천 부근에서 바라본 반다이산. 산길은 왼쪽 능선을 타고 오른쪽 정상으로 이어진다.

아카누마(銅沼·1,105m) 가는 길은 핫포타이 산길과 달리 숲이 우거진 데다 험하고 미끄럽다. 한 손에 카메라를 들고 있는 유창우 기자는 툭 하면 “꽈당!” “철푸덕!” 소리와 동시에 미끄러졌다. 그래서 핫포타이로 내려가자 했는가 보다.


“이건 곰이 긁은 자국입니다. 어지간한 나무껍질은 다 찢겨나갈 정도로 발톱이 날카롭지요.”
계곡을 빠져나와 평지로 내려서자 가이드는 나무 한 그루를 가리킨 뒤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는 “우라반다이 일원에는 곰이 서식하고 있다”며 “사람을 해치는 일은 아직 없었으나 조심해야 한다” 말했다.

평지를 내려서는 사이 오른쪽으로 코발트빛 아카누마가 바라보인다. 물 외에는 온통 황토빛이다. 주변의 흙도, 물 위로 튀어나온 바위도, 병풍처럼 호수를 둘러싼 반다이산 북면도 모두 구릿빛이다. 호숫가 바위에 올라앉은 두꺼비마저 구릿빛을 띤 것을 보면 여기선 구릿빛이 우성인가 보다.


이 모든 게 화산이 폭발하면서 쏟아진 용암과 황토빛 흙이 뒤섞여 형성된 것일 게다. 그래도 호수 오른쪽에 언덕처럼 튀어오른 작은 반다이산은 작은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고, 121년 전 무너져 내린 산사면 일부는 파란 풀이 자라고 있다. 붉은빛 도는 바위, 코발트빛 호수, 푸른 숲. 이 모든 것을 감싸안은 반다이는 서서히 살아나고 있었다. 어제 오후와 오늘 새벽 둘러본 여러 호수와 늪 주변에 울창하게 우거진 산림을 비롯해 모든 자연이 폭발 이후 사람의 손에 의해 새롭게 형성되고 있다는 사실에 또 한번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 나카노온천수에 집어넣은 지 3시간 만에 불에 탄 듯 변해 버린 달걀들.

호수를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넓은 초원이 펼쳐지고 그 뒤로 짙은 숲속에 코발트빛으로 반짝이는 호수들이 보인다. 야생화가 만발한 스키 리조트의 초원을 가로지르며 내려서는 사이 ‘하늘로 닿는 다리’라는 의미를 지녔다는 반다이산은 삶과 죽음을 나눠놓은 것이 아니라 죽음의 세계를 맑고 밝은 삶으로 바꿔놓는 산이란 느낌이 들 수밖에 없었다.


여행 정보


일본 북동부 후쿠시마현 중북부에 위치한 반다이산은 반다이아사히(磐梯朝日) 국립공원에 속한다. 이나와시로호(猪苗代湖)를 중심으로 평야를 이룬 반다이산 남부와 달리 북부는 해발 800m 안팎 높이의 고원으로 우라반다이 또는 반다이 고원이라 불린다.


정상 능선이 하현달처럼 부드러운 곡선을 이룬 반다이산은 1888년 7월 15일 일어난 화산 폭발로 인해 새롭게 자연이 형성된 산이다. 화산 폭발로 무너져 내린 정상 북사면의 흙더미가 하류 지역의 부락을 덮치면서 무려 500여 명의 인명을 앗아가고, 나가세강 상류지역을 막아 히바라코(木춺原湖)와 고시키누마(五色沼) 등  100여 개의 크고 작은 호수와 늪 및 습지가 형성되었다. 이 중 고시키늪은 화산 폭발이 분출한 광물질이 녹아들어 녹색, 흰색을 띤 블루, 붉은색을 띤 청색 등 시간과 태양광선에 따라 다채로운 물빛을 보여준다.


▲ 우라반다이 일원을 비롯해 사위가 터져 조망이 좋은 반다이산 정상.

이러한 크고 작은 40여 개의 호수와 늪을 약 1시간에 순례할 수 있는 19개 코스(총 80km)와 반다이산 정상을 중심으로 다섯 가닥의 등산로가 개설돼 있을 뿐만 아니라 여름에는 캠핑과 수상스키, 보트세일링, 호수욕, 겨울에는 스키 등 사계절 레포츠를 즐길 수 있어 사철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반다이산 산행은 대부분 핫포타이(八方台·1,194m)에서 시작, 폐허가 된 나카노온천(中湯跡)과 고보키요미즈(弘法淸水) 산장을 거쳐 정상을 왕복하는 코스를 따른다(약 5시간 소요). 좀 더 다양한 자연을 탐승하고 싶다면 하산길 나카노온천장 직전의 갈림목(磐梯山 登山路 入口 4.6km·八方台 1.2km·弘法淸水 1.6km·頂上 2.0km)에서 오른쪽 길을 따라 아카누마(銅沼)와 스키리조트를 거쳐 내려서도록 한다. 갈림목에서 우라반다이 등산로 입구까지 4.6km 거리로 1시간40분 쯤 걸린다.


▲ 우라반다이네코마호텔. 온천사우나를 갖춘 호텔로 숙박료는 1인당 1만5,000엔 정도 한다.

나카세누마(中ノ沼) 탐승로 입구 부근의 관광안내소에서 트레킹 코스에 대한 정보를 구할 수 있으며, 안내원의 자연체험 동행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이곳에는 화산 폭발 이후 100여 년간 우라반다이 지역의 변화를 보여주는 영상물이 전시돼 있다.


교통


인천국제공항에서 후쿠시마행 아시아나 항공기가 매주 월·목·토요일 09:20 출항한다. 약 2시간 소요. 

 

후쿠시마 국제공항에서 우라반다이로 가려면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이나와시로(猪苗代)까지 가서 우라반다이행 버스로 갈아타야 하는데, 국제선 도착 시간과 다소 시간이 맞지 않아 불편하다. 합승 택시의 경우 국제공항에서 1인당 3,500엔의 요금으로 우라반다이까지 갈 수 있다.


우라반다이 지역의 일부 숙박업소에서 12월 초부터 3월 말까지는 스키 이용자를 위한 공항~숙소 간, 숙소~산행기점 간 무료 셔틀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우라반다이네코마(裏磐梯猫魔)호텔 0241-37-1234, 규카무라 우라반다이(休暇村裏磐梯) 0241-32-2421. 단  l8인 이상 단체에 한함.


별미


▲ 간장으로 국물맛을 낸 다음 돼지고기를 듬뿍 넣어 나온 기타카다 라면.

후쿠시마현은 주민 3만 명에 라면집이 120개나 있을 만큼 라면이 인기 있는 지역이다. 삿포로 라면이 된장국물 맛, 하카타 라면이 돼지 뼈로 우려낸 국물 맛이 일품이라면 후쿠시마의 기타카타 라면은 간장으로 맛을 낸 국물 맛이 일품이고, 삿포로나 하카타 라면처럼 면발이 곧지 않고 꼬불꼬불한 게 특징이다. 돼지고기가 많이 들어가 있는 된장 라면은 700엔 안팎이며, 이 밖에 라면은 490엔부터 있다. 반다이산 남쪽 이나와시로 도로변에 위치한 희다방(喜多方)은 기타카타라면으로 인기 있는 음식점이다.



출처: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