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절강성 안탕산

2007. 12. 2. 22:43중국/중국 동부 트레킹

 
          중국 절강성 안탕산
소리가 없어도 웅혼한 울림 느껴지는 영암(靈岩) 계곡에 들다
A5급 풍경구다운 절경의 기암절벽들 온 산중에 널려

중국엔 중국 정부가 A자 다섯 개를 붙인 최상급의 여유경구(旅游景區ㆍ관광경승지)가 66개 있다. 66이란 숫자가 주는 어감으로는 많구나 싶지만, 면적 대비로 보면 매우 희귀한 존재다. 중국 대륙은 약 960만㎢로 남한 면적 약 10만㎢의 96배다. 단순 비교하기는 좀 그렇지만, 남한의 1.5배 정도 되는 넓은 면적에서 한 군데씩만 고른 셈이니, A5급 경구는 그래도 괜찮은 절경지임을 짐작할 수 있다.


절강성 온주시의 안탕산(雁蕩山ㆍ얀당샨)도 국가 A5급 여유경구 중 하나다. 66개 A5급 풍경구 중 짧게나마 산행을 동반한 탐승이 이루어지는 곳은 4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안탕산의 존재는 등산인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없다.
그간 중국 내의 여러 산 중에는 백두산 이외 황산, 옥룡설산 등이 A5급 풍경구로서 인기를 끌어왔다. 안탕산은 아직 국내 등산인들에겐 생소하지만, 그 존재가 널리 알려지면 중국행의 흐름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절경이었다. 인천공항에서 항주까지 2시간30분 간 다음 다시 버스로 4시간쯤 고속도로를 달리면 안탕산 기슭이다.


안탕산은 한 마디로 ‘중국의 주왕산’이다. 경북 청송의 주왕산과 암질이며 바위 형태가 놀라울 정도로 흡사하다. 그러나 암봉의 규모가 갑절 이상 크고 숫자 또한 월등히 많다. 주왕산에 기암(旗岩)과 급수대와 학소대, 시루봉이 각각 하나씩이지만 안탕산에는 제1,2,3,4,5…의 기암, 급수대, 시루봉이 산지사방에 널렸다. 그 크고 무수한 암봉들이 좌우상하로 중첩해 늘어섰으니 진실로 ‘마음과 눈을 모두 놀라게 할’ 천하절경일 수밖에 없다.



1억3천만 년 전 용암분출로 기암 생성 시작


▲ 영봉 경구의 해발 300m 암릉에 오른 일행. 아래로 내려다뵈는 영봉경구의 기암계곡은 천하일품이었다.

주왕산과 마찬가지로 안탕산의 기암 탄생은 분화구에서 솟아오른 용암이 ‘휘돌아 흘러가다가 식으며 엉기어 굳은’ 회류응회암(回流凝灰岩)이란 암질에 그 비밀이 숨어 있다고 한다.


‘움푹한 지형에 고이며 흐름을 멈춘 용암이 응축해 굳는 동안 체적이 줄어들면, 가뭄 때 마른 논바닥 갈라지듯 주로 수직 방향으로 좁고 긴 균열이 생긴다. 이 틈새로 물이 흘러들며 침식이 이루어져 길고 높은 기둥 모양의 암봉이나 가파른 절벽이 생겨났다. 이러한 폭발과 응축 과정이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겹치며 반복되어 여러 층의 절경 기암이 탄생할 수 있었다. 다만 형성 연대가 안탕산이 약 1억3천만 년 전, 주왕산의 약 7천만 년 전으로 다를 뿐이다.’


지질학자들의 말을 대략 요약하면 이와 같다. 그런데 산이름은 왜 안탕산일까. 주왕산은 주왕(周王)의 전설에서 이름이 왔다. 안탕산은 산중의 호수에 기러기(雁)가 날고 갈대가 흔들리는(蕩)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안탕이라 했다고 한다.
그런데, 아무리 아름답다 한들,‘아차! 잘못 왔다’ 싶었다. 안탕산 기슭 조양산장에 도착, 냉방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 후끈하고 습한 공기가 단숨에 몸을 휘감았다. 목욕탕 사우나에 들어서는 순간의 느낌, 현상 그대로다. 카메라 렌즈조차 뿌연 수증기로 가려졌다.


여기는 위도가 28도 지역으로, 서울보다 10도쯤 적도에 가깝다. 그러니 한낮 기온이 40℃까지 올라간다. 민가가 전통적으로 모두 2층 이상인 이유도, 1층은 너무 더워 잠을 잘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데를 혜초여행사 박장순 이사의 경치 좋다는 꾐에 빠져 그저 생각 없이 따라 나선 게 실수였다.
“어이, 박 이사. 책임집시다!”
그러나 중키에 80kg이 넘는 과체중이라 가만히 서서도 땀을 줄줄 흘리는 불쌍한 박 이사가 무얼 어떻게 책임질 수 있을까. 먼 길 달려 왔는데 그냥 호텔 방에만 앉았다가 갈 수는 없는 일이라, 결국 배낭을 메고 ‘안탕 사우나’ 속으로 나섰다.


역시, 중국인 등산객은 전혀 없었다. 우리 일행처럼 배낭 메고 등산화를 신은 사람은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없고, 거의가 손에 생수통만 달랑 들거나 아니면 부채에 양산을 받쳐든 사람들이 모두다. 아예 웃통을 벗어버린 사내들도 여럿이다. 안탕삼절의 하나인 대용추폭포의 절정을 보려면 7월 장마철이 제철이라지만, 공짜 여행에 웃돈을 얹어준다고 해도 여름 안탕산은 피하길 권한다.



영암, 영봉, 삼절폭 경구에 기암들 특히 밀집


▲ 바위 많은 안탕산에서도 특히 많은 기암봉과 절벽이 밀집한 영봉경구 명옥계의 중간 전망대에서 본 저녁 풍경. 왼쪽 저 위의 암봉에 올랐다가 가운데의 협곡으로 내려왔다.
주왕산은 최고봉 높이가 720.6m에 면적이 105㎢, 안탕산은 1,056.6m에 450㎢다. 중국인들은 이 450㎢의 안탕산을 영봉, 영암, 대용추, 삼절폭, 안호, 현승문, 선교, 양각동 등 8대 절경구역으로 구분했다. 기암봉들은 영암, 삼절폭, 영봉 3개 구역에 특히 밀집해 있다. 우리는 이틀에 걸쳐 이들 기암 밀집지역을 안탕산풍경여유관리국(우리나라의 국립공원 관리사무소)에서 추천하는 루트를 따라 돌아보았다.

▲ 대용추폭포 아래의 소. 보름간 비가 오지 않아 소낙비 내리듯 물이 뿌리고 있을 뿐이다.
우선 대용추폭포 구경에 나섰다. 대용추경구(京區)의 핵심 경관인 대용추폭포는 높이가 197m나 되는 중국의 4대 폭포 중 하나. 폭포 물줄기 안으로 빙 돌아 들어가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 보름간 이 지역에 비가 내리지 않아 저 위 상단부에만 실낱같은 물줄기가 뵈고, 아래로는 후륵후륵 소나기처럼 물방울이 흩뿌릴 뿐이다.

▲ 대용추경구의 상징으로 선 전도봉. 계곡 안으로 들어 뒤돌아보면 아래 사진 같은 피사의 사탑이 된다.

이 경구에서는 대용추폭포보다는 오가는 길에 푯대처럼 꼿꼿이 선 전도봉이 제일 볼거리였다. 전도봉은 높이가 70~80m는 되어 보이는 원추형 긴 암봉으로, 가운데가 길게 쪼개어진 전지가위 형상이다. 그래서 전도봉(剪刀峰)이지만, 가다가 옆에서 보면 악어봉이며, 숲속에 들어 뒤돌아보면 피사의 사탑 같았다가, 혹은 해풍을 잔뜩 머금은 범선의 돛 같아서 일범봉(一帆峰)이다. 보는 방향마다 그렇게 형상이 다르고, 그런 지점마다 다른 이름을 붙이고 화살표식을 한 팻말을 세워두었다. 이곳 안탕산의 기암봉들은 이렇게 방향에 따라 달리 붙인 여러 개의 이름을 가졌다.


왕복 2km도 채 안되는 짤막한 거리의 대용추경구 탐승만으로 모두들 더위에 혀가 늘어졌다. 그러나 심한 더위를 먹고 건망증들이 생긴 것일까. 점심 후 시원한 호텔 방안에 누워 잠시 눈을 붙이고 나서는 금방 아까의 그 혹독한 더위를 깡그리 잊은 듯, 한 사람도 빠지지 않고 17명 일행 모두 밖으로 나선다.


▲ [좌]영봉경구의 바위동굴 안에 들어앉은 사찰. 이 지역은 불교가 특히 흥성했다.[우]영암경구의 핵심 탐승로인 절벽 길 도중에서 쉬고 있는 일행. 절벽을 파내어 길을 냈다.

오후 탐승 대상은 영봉경구의 핵심지. 개설한 지 3년도 안된 루트를 따라 영봉지구 전체가 조망되는 암봉까지 오를 것이라 한다. 또아리 모양의 도로를 따라 오르다가 곧 조양동이라 이름붙인 바위협곡지대로 접어들었다. “여기도 절벽 위에서 물줄기가 흘러야 제격인데…” 하며 현지 가이드 아가씨는 아쉬워한다. 탐승로 중간 여기저기엔 사방의 기암봉을 구경하며 오르라는 뜻에서 화살표로 방향 표식을 해둔 ‘옥인봉(玉印峰)’, ‘금구봉(金龜峰)’ 등의 팻말이 서 있다.


사람들이 늘 다니는 등산로 돌계단에도 퍼런 이끼가 끼어 있는 것으로 보아도 여기는 연중 습도가 대단한 지역임을 알 수 있다. 땀으로 젖은 손수건을 쥐어짜며 이윽고 오른 산릉. “후와, 바람이다!” 바다로부터 불어온 시원한 바람에 다들 환호하며 웃통을 벗어젖혔다. 저 멀리 바다가 손바닥만하게나마 뵈지만, 흙탕물 색이다. 여기 바다 빛은 늘 저렇다고 한다.
시원한 바람과 더불어 오른 해발 320m쯤 되는 암릉 조망대에서 문득 우리는 황홀경을 맞았다. 서편으로 설핏 기운 태양의 황금빛 햇살을 뒤로 받은  거대 기암들이 서로 다른 윤곽선과 농담으로 초대형 장막처럼 겹치며 계곡은 웅혼한 입체감으로 가득 채워졌다. 진실로 그 독한 더위도 잊고, 우리는 암릉을 오가며 영봉경구의 절경에 몰입했다.



매미소리마저 메아리 지는 좁고 깊은 협곡


두 암봉 사이의 안부로 하여 천문협곡으로 내려섰다. 매미 소리마저 울림을 가질 만큼 좁고 깊은 바위협곡이다. 검은 그늘이 진 협곡 저 앞으로는 두 손바닥으로 척 밀어붙여 세워둔 듯한, 붉은 색의 장수대 하늘벽 같은 대암벽을 가진 암봉 초운봉(超云峰)과 천관봉(天冠峰)이 양쪽으로 하나씩 섰다. 그 암봉들이 뿌리내린 명옥계(鳴玉溪) 계곡 바닥에 내려서자 순식간에 땀이 잦아드는 서늘한 골바람이 나무 이파리들을 일제히 뒤집으며 불어왔다. 이 골바람 덕에 그래도 여기는 여름을 날만 하겠다 싶다.


 
소리가 없어도 웅혼한 울림 느껴지는 영암(靈岩) 계곡에 들다
A5급 풍경구다운 절경의 기암절벽들 온 산중에 널려
▲ [좌]정명곡 계곡 중간의 휴게소 겸 당집.[우]영봉경구 매표소 입구의 기념품 상가.

얼른 호텔로 가자며 영봉경구 매표소 밖까지 나서더니, 땀이 좀 식자 모두들 딴 마음을 냈다. 저 계곡 위로 뵈는 석양빛이 괜찮으니 중간 전망대까지만 갔다가 내려오자는 것이다. 더위를 먹은 것인가, 아니면 아까 본 경치에 그만 취해버린 것인가.


중국의 공원 입장료는 좀 비싸다. 이곳 영봉경구만 해도 30위안(한화 3,700원)이며, 야간에는 같은 액수로 따로 받는다. 이곳 영봉경구는 야경으로 유명하다. 폭죽이나 휘황한 조명으로 연출되는 야경이 아니라 이 경구의 숱한 기암들이 야간에 드러내는 실루엣 풍경을 말하는 것이다.


▲ 명옥계 전망대에서 만난 노을. 관광객이 노을 촬영에 열중이다.

이마를 맞대거나 어깨를 부비며, 혹은 나홀로 우뚝 선 거대 기암봉과 대장벽들에 황금빛 저녁 햇살이 빗살무늬로 내리비추는 명옥계 계곡은 장엄미로 가득했다. 대암봉이나 암벽 하단부의 설동(雪洞), 관음동(觀音洞), 북두동(北斗洞) 등 동굴 안에는 여러 층의 사찰들이 들어앉아 명옥계의 풍경을 더욱 기이한 것으로 떠올리고 있다. 울 명(鳴) 자를 쓴 계곡 이름 명옥계는 소리가 없어도 이미 웅혼한 울림이 느껴지는 이 계곡의 웅장미를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합장봉, 노파봉, 쌍죽순봉, 투계봉 등, 밤중이 아니어도 이미 이름이 참으로 절묘하다 싶은, 이따가 영봉야경을 연출할 기암봉들을 바라보며 15분쯤 걸어 올라가 작은 절벽 위의 정자각에 올랐다. 남동쪽 저 위 투계봉 너머, 우리가 아까 올랐던 해발 320m 지점의 암릉부터 그 아래 거대한 바위병풍과 기암봉, 대동굴들이 한눈에 조망되는 자리다. 서편 계곡 상류쪽은 기암봉과 햇살 무리의 조화로 또한 아름다웠다.


솔바람도 부는 이곳에서 우리는 오래도록 떠나지 못했다. 진실로 더위를 무릅쓰기를 잘했다면서 우리는 사위가 어둑신해질 때까지 이곳에 머물렀고, 기다리다 못해 올라온 가이드의 재촉에야 비로소 발길을 옮겼다.


▲ 영봉경구 명옥계의 조망처에 모여서서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있는 중국 관광객들. 뒤의 오른쪽 두 봉이 쌍죽순봉이며, 왼쪽 협곡 안에 긴 코를 늘어뜨린 코끼리 머리 모양의 기암도 뵌다.

저녁식사 후 되올라와 안탕삼절 중 하나라는 영봉야경을 보았다. 아까 낮에는 합장한 모습이던 합장봉이 가이드가 안내하여 세워주는 자리에 따라 포옹한 남녀의 모습인 연인봉, 혹은 막 나래를 접은 독수리봉이 되었다가 어느 지점에선가는 고개를 젖혀 바라보자 얼굴 위로 바투 다가드는 듯 사람을 놀라게 하는 두 개의 커다란 젖무덤 모양인 쌍유봉(雙乳峰)이 되었다. 물소봉, 목동봉, 노파봉 등 수십 개의 영봉 야경은 모두 그렇게 상상을 동원해 만든 실루엣 풍경들이다.


안 보자니 아쉽고, 보자니 너무 더운 낮을 피해, 둘쨋날은 새벽부터 산행키로 꾀를 냈다. 역시 탁월한 선택이었다. 서늘하기까지는 않았으나, 견딜만했다.



깊은 산중에 웬 엘리베이터?


가이드가 먼저 삼절폭 경구부터 가자고 해서 다소 실망했다. 물줄기 없는 폭포를 무슨 재미로 볼까. 원통형의 거대한 동굴을 3분의 1쯤만 잘라내고  곧추 세워놓은 듯한 폭포굴은 크기에 어울리지 않게 낮은 속삭임에도 예민하게 반향한다. 하절폭에서 중절폭에 이어 상절폭으로, 우리는 형성 연대에 따라 여러 층의 커다란 단을 이룬 안탕산의 절벽을 이리저리 더듬듯 하며 거슬러 올랐다. 어제의 영암경구에 비하면 다소 단순한 듯한 붉고 검은 절벽 풍경이 조망점마다 반복되었다.
 
이윽고 해가 떠오를 무렵 계곡 저 아래에서 유장한 분위기의 음악 소리가 한동안 이어지더니 요란한 폭죽소리가 또한 길게 이어졌다. 사람이 수명을 다 누리고 죽었을 때 저렇게 폭죽으로 축복한다고 가이드는 설명했다.


어제와 비슷한 해발 300m 정도까지 올랐다가 우리네 것과 똑같은 더덕 내음이 풍기기도 하는 산중턱 가로지름길을 따라 우리는 정명곡(淨名谷) 계곡 상류로 향했다. 푸르스름한 이내로 덮인 좁고 긴 이 계곡에서 단연 으뜸인 경관은 다듬이 방망이와 흡사한 모양으로 곧게 선 일품봉(一品峰)이었다. 계곡 바닥으로 내려섰다가 맞은편으로 조금 올라가면 저 멀리 귀두까지 확연한 남근석이 보이긴 했지만, 이틀새 워낙 이런 형상의 바위를 많이 보아 별 감흥이 없다.


급비탈의 암벽이어서 혹 바위라도 굴러내리면 피할 재간이 없겠다 싶은 협곡 가운데 휴게소 지나 삼절폭경구 매표소를 빠져나왔다. 오전 8시. 관리소 아가씨가 매표소 주변을 긴 빗자루로 쓸고 있다.


약 2시간30분, 6.5km에 걸친 삼절폭 경구의 오전산행은 그런대로 견딜 만 했지만 조식 후 마지막 남은 영암경구쪽 길은 어떨까. 케이블카 타고 올라가서 주욱 가로질러 가면 되는 관광 코스라는 말에 모두들 혹 해서 나섰는데 아뿔싸, 케이블카가 고장이란다. 다행히 소형 버스로도 종점까지 오를 수 있다기에 가슴을 쓸었다.


▲ 영암경구 절벽길 중간에 가설된 구름다리. 월출산 구름다리와 흡사하다.
해발 330m의 종점에서부터 시작되는 영암경구의 이 절벽 탐승로는 길이 약 3km로, 절벽 가운데를 가로질러 계단을 매달거나 바위를 파내어 통로를 만든, 중국의 산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는 방식의 관광코스다. 중간에 천교선도(天橋仙渡)라는 긴 구름다리를 지나면서, 혹은 중간중간 마련된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절벽들과 기암들은 그러나 광대한 계곡의 한쪽 사면에 드문드문 서 있는 풍광이라 짜임새가 다소 떨어진다.

▲ [좌]절벽길 탐승을 마치고 영암선사로 가는 길. 절 사방에 기암봉들이 늘어서 있다.[우]삼절폭경구의 좁은 협곡 지대 안에 선 기암 일품봉과 그 아래를 지나는 일행.
절벽 횡단길이 끝나고 나서, 위험하다고 하여 설치해둔 쇠울을 넘어 곧장 가파른 돌계단을 따라 영암경구의 핵심부로 내려갔다. 영암선사라는 붉은 색 지붕의 대찰과 높이가 270m나 된다는(목측으로는 암만 봐도 120m 정도인) 천주봉, 전기봉 등의 기둥바위들, 짙은 숲지대가 어울린 절경지다. 그러나 기암봉들은 이미 질릴 만큼 보았고, 너무 더웠다. 발전기를 돌려 운행하는, 암벽 틈새에 설치한 작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68m를 올라가서 소용추폭포 위의 작은 연못을 보고 되내려오는 것으로 오전 산행을 끝냈다.

점심식사 후 오후 3시30분까지 기다려 안탕삼절 중의 하나라는 영암비도(靈岩飛渡)를 보았다. 천주봉 정상에서 수직 로프 하강을 하며 이리저리 움직이거나 천주봉과 전기봉 정상 양쪽에 걸쳐둔 긴 와이어로프를 타고 이동하며 간혹 재주를 넘기도 하는 10여 분간의 묘기 대행진이 중국인들에겐 그래도 괜찮은 구경거리인 모양인지 수많은 관중이 모여 앉았다. 한국 등산꾼들에겐 전혀 색다를 것 없는 묘기다.

만약 안탕산을 간다면 영암비도 대신 차라리 용호(龍湖) 같은 산중 호수 드라이브나 다녀오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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