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발길이 시나브로 산으로 유혹되는 계절, 봄의 아지랑이가 기지개를 켜며 온 산을 휘감는 계절이 돌아왔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산도 봄기운이 스며들어 흙이 부풀어오르고, 야생화와 산나물도 지천으로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봄 맞으러 트레킹 가기에 제철이다. 트레킹(Trekking)이란 전문지식이나 특별한 장비 없이 배낭을 메고 가벼운 마음으로 산과 들, 계곡, 유적지 등을 걸으면서 체력연마와 더불어 자연을 감상하는 여행이다. 어원적으로는 남아프리카 원주민들이 달구지를 타고 수렵지를 찾아 정처 없이 집단 이주하던 형태의 이동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트레킹은 주로 네팔에서 전문 산악인들이 개발한 네팔의 히말라야 등 험한 산악길을 따라 여행하며 대자연을 마음껏 느낄 수 있는 독특한 형태의 등산으로 인식돼왔다. 코스의 특징은 고도 4∼5천 미터 정도의 높이로 산악인들이 등반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위해 준비하는 베이스캠프 정도까지의 길이며, 일반인들도 어느 정도 산행을 다녀본 경험이 있으면 무난히 오를 수 있는 정도의 코스를 말한다. 또한 트레킹 피크라는 명칭으로 특별한 기술을 요하지 않고 정상까지 오를 수 있는 봉우리들도 다수 관광상품으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 원주민들이 달구지 타고 이주한데서 연유 현재에 이르러서 트레킹은 대상지, 숙박, 교통 등 기초적인 조건에 따라서 여러 가지 형태의 여행으로 다양하게 발달되어 왔다. 등산(climbing)과 하이킹(hiking), 백패킹(backpacking), 워킹(walking) 등의 활동 형태와 구별되기도 하며, 모두 트레킹에 포함된다고도 볼 수 있다. 각각의 활동의 형태를 구분하기가 모호하기는 하지만 차이는 있다. 우선 등산과 트레킹의 다른 점은 트레킹에서는 등반에서 겪기 쉬운 생명의 위험을 최대한도로 배제시킨다는 것이다. 트레킹에도 모험과 도전 정신이 내포되기는 하지만 그 위험성에 있어서는 한계를 그어야 한다. 안전한 운행 속에서 자연에 대한 동화라고 보면 된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교외로 벗어나 산책을 즐기거나 가벼운 등산을 하는 야외활동인 하이킹보다는 다소 깊이 있는 활동이라 봐야 한다. 즉 등반과 하이킹의 중간 형태로 볼 수 있다. 그리고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장거리 야영여행을 하는 백패킹과도 구별된다. 위와 같이 각각의 활동은 크게 보면 트레킹이란 범주에 모두 포함될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하고 복합적인 트레킹의 의미를 올바로 이해하고 이를 토대로 처음부터 트레킹의 목적을 확실하게 정해놓고 떠나야 한다. 현재 국내의 트레킹 상품은 다양하게 개발되어 있다. 한국은 신라시대의 화랑도 수행 등에서 초기 트레킹을 찾기도 하는데,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90년 초로 한국트레킹클럽이 결성되기도 했다.
● 목적에 따라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
특히 각 기관이나 여행사, 가이드 산행단체에서는 오지탐험 등 모험적인 트레킹을 중시하는 외국과 달리 역사 유적지를 찾아 나서거나 삼림욕, 봄꽃 산행, 섬 여행, 도토리 줍기, 철새 트레킹, MTB 트레킹 등 한국 현실에 맞는 테마 트레킹을 발굴하여 대중화되었다. 우리들만의 독특한 트레킹의 형태를 지녔다고 봐야 한다. 이는 탐험이나 모험보다는 심신단련과 사색, 문화유적 탐방을 통해 선조들의 정신을 계승하고 교양 함양 등을 형태로 확산되고 있다. 그 지역에 대한 자연과 역사에 대한 현장학습을 통하여 미지의 세계로 가고 싶어하는 인간의 모험심을 충족시켜주고 있다. 아직까지는 여럿이 함께 떠나는 집단 여행이 주를 이루지만 점차 동호회, 친구들, 가족단위의 트레킹으로 다양하게 변천돼가고 있다. 트레킹 삼아 산을 오르고 계곡을 접하면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가 우리의 심신을 은은히 적셔줄 것이다. 오지마을에 들어서면 새로운 풍경에 저절로 빠져들게 되며 자연에 동화될 것이다.
해외에서는 산악인들이 주가 되는 모험적인 트레킹 문화가 자리잡고 있는 반면에 국내에서는 순수한 자연의식에 바탕을 둔 트레킹 코스가 발달돼 있다.
● 사전정보 충분히 익혀야
트레킹에 나설 때는 자신이 가고자 하는 대상지와 트레킹에 대한 지식을 쌓아야 한다. 먼저 산악잡지나 여행 전문지를 통해 트레킹 대상지를 정하고 그 지역의 특성에 대해 자세히 알아둔 다음, 그곳에서 필요한 준비물을 꼼꼼히 챙기도록 하자. 등산을 평소에 자주 하던 사람은 손쉽게 기본적인 준비를 할 수 있지만,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기본적인 준비와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또한 트레킹의 질적인 만족도를 높일 수 있도록 그 지역의 문화와 자연을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한 공부를 해둔다. 또 트레킹이 전문지식이나 특별한 장비 없이 가볍게 산과 들로 나서는 행위라고는 하지만, 위험의 정도는 다르겠지만 대상지에 따라 갑작스런 기상변화나 각종 위험에 맞닥뜨릴 수 있으니 주의할 것들이 있다. 먼저, 항시 일기예보를 확인한다. 특히 산은 기류의 흐름을 바꾸는 장애물 역할을 하기 때문에 복잡한 기상변화를 형성하니 일기예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둘째, 도심에서 벗어난 곳으로 트레킹을 떠날 때는 방수 방풍용 재킷과 보온의류는 챙겨 가져가서 기상악화에 대비한다. 셋째, 트레킹을 할 때는 자기 페이스를 유지한다. 걷는 속도가 자기 페이스보다 빠르거나 느리면 체력 소모가 늘어나 쉽게 탈진에 이를 수 있다. 넷째, 각종 벌레나 뱀, 벌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특히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특별히 조심하고 각자 특성에 맞는 해독약을 준비해 둬야 한다. 다섯째, 행동식과 비상식을 충분히 준비한다. 음식은 김밥이나 토스트 등 간단한 행동식을 갖추면 되겠지만 열량이 높은 음식을 비상식으로 준비해 두자. 다섯째, 하산할 때 사고를 조심한다. 등산에서 대부분의 사고는 하산도중에 일어난다. 체력을 거의 소진한 상태에서 내려오게 됨으로 가급적 속도를 줄이고 보폭을 적게 하여 넘어져 삐거나, 관절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한다. 여섯째, 일몰 전에 목적지에 도착하거나 하산해야 한다. 밤이 되면 급격히 기온이 떨어지고 길을 잃으면 조난을 당할 수 있다. 일곱째, 자신의 신체만큼 자연도 보호해야 한다. 트레킹을 떠날 때는 자연과 더불어 조화를 이루며 동식물과 공생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산불에도 주의하고 자기 쓰레기는 자신이 챙겨 집으로 가져와야 한다. 자연의 오염은 곧바로 인류 전체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 순수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국내 트레킹코스
해외트레킹으로 가볼 만한 곳으로는 아프리카의 킬리만자로, 중국의 황산, 유럽 알프스, 말레이시아 키나발루, 뉴질랜드 마운트쿡, 네팔 에베레스트, 안나푸르나, 캉첸중가 등 다양한 코스가 많다. 우리나라와 가까운 곳으로는 백두산, 중국의 10대 명산의 하나인 황산, 그리고 최근에는 중국 성도의 쓰구냥산 등이 개발돼 신선한 미지의 세계로 안내하는 프로그램이 많이 있다. 이러한 명산을 찾아 나서는 등반 트레킹 이외에도 세계의 정글, 극지를 찾아 나서는 트레킹도 성행하는 추세다. 국내 자연환경에서는 찾을 수 없는 색다른 경험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걸 맞는 곳들이다. 해외에서는 산악인들이 주가 되는 모험적인 트레킹 문화가 자리잡고 있는 반면에 국내에서는 순수한 자연의식에 바탕을 둔 트레킹 코스가 발달돼있다. 대표적인 곳이 강원도 영월의 동강 어라연으로 섭새에서 강변을 따라 비경을 간직한 어라연까지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강원도 원주시 주천강 상류도 은빛 모래사장과 산을 휘어 도는 물결은 동강과 비슷한 강변의 신비를 맛볼 수 있다. 또한 강원도 인제군 내린천을 따라 걸어보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주변에는 개인약수, 방동약수, 방태산 자연휴양림, MTB, 래프팅 등 다양한 볼거리 즐길 거리가 있다. 요즘은 특히 구례에서 섬진강 변을 따라가면 상계사 십리 벚꽃 길, 화개장터, 최참판댁, 매실농장, 하동 송림에 들러볼 수 있다. 이처럼 트레킹은 주변의 유적지나 이색적인 곳을 곁들여 즐기는 게 좋다. 서울 인근으로는 강화군 마니산 주변 트레킹도 권할 만하다. 마니산 산행을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강화일대의 많은 역사유적이 산재해 있어 역사의 산 교육장이 된다. 경기도 성남의 남한산성 일주나, 도심속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여의도 생태공원도 권할 만 하다. 또한 경기도 수원의 광교산도 수목이 우거져 삼림욕을 즐길 수 있고 가족끼리 가도 부담 없을 정도로 길이 완만하다. 봄을 맞아 잠시나마 인간사를 잊고 맑고 깨끗한 자연을 찾아 트레킹을 떠나자. 트레킹은 자연과의 만남이다. 자연의 소리야말로 그 어떤 소리보다 감미롭게 심신의 활력을 샘솟게 해 줄 것이다.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는 트레킹 프로그램에서 트레커 자신의 목적과 취향과 맞는 것을 제대로 골라야 즐거운 트레킹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