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킹 후기모음

어미새의 품속같은 한치뒷산 억새물결

trekker 2006. 10. 30. 13:54

[산행기록]

산행일자 : 2006년 10월 29일

산행코스 : 증산초(11:37)-임도-민둥산정상(13:00)-갈림길(14:35)-지억산(트레바스)

           -구슬동(15:42)-화암약수-주차장(16:15)

산행거리 : 15km(실거리-4시간 38분 소요) 

산행인원 : 48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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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정선군 남면 무릉리]

한치뒷산의 곤드래 딱주기

님의 맛만 같다면

올 같은 흉년에도 봄 살아 나지

네 팔자나 내 팔자나 이불 담요 깔겠나?

마틀 장석자리에 깊은 정들자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나를 넘겨주오.


정선아리랑 부부편의 한 구절이다.

여기에 나오는 한치뒷산이 바로 민둥산을 말한다.

첩첩산중에 소재한 무명에 가까운 봉우리로 화전민의 삶과 애환이 서린 땅으로 예전에는 지도에서조차 그 이름을 찾을 수가 없는 하나의 봉우리였다.

하지만 억새로 유명세를 타면서 지금의 민둥산은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이름 가운데 하나를 차지하게 됐다.


해발 1,119m인 민둥산은 산 이름 그대로 정상부는 나무하나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황량한 상태로 초본류인 억새만이 한껏 자라고 있다. 산 정상부 전체가 억새로 뒤덮여 있는 민둥산은 가을이면 온 산이 하얗게 억새의 물결로 출렁거린다.

민둥산에는 곤드레 등 나물이 많이 났다고 한다. 이 곤드레나물이 잘 자라도록 주민들이 오래 전부터 매년 한번씩 불을 놓았기 때문에 이렇게 광활한 억새군락지가 조성되었다고 전하고 있다.

시선을 가리는 수목이 없기 때문에 어느 곳에서나 조망이 뛰어나고 주변 산들과 달리 억새풀로 이루어진 독특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산세는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으며 특히 가을이 되면 산 정상에서 사방으로 끝없이 펼쳐진 드넓은 억새군락지를 형성하여 수많은 등산객들을 불러들인다. 억새로 유명한 영남알프스나 포천의 명성산삼각봉과는 달리 민둥산 억새는 거의 한 길이 넘고 또 매우 짙다는 특징 때문에 억새산행지로 더욱 각광을 받기도 한다.


[부드러운 육산? 그래도 1000m가 넘는 고산이었다.]

증산초등학교 앞에서 시작하는 산행은 초반 기세가 만만치 않아 모두 숨을 몰아쉰다.

허나 초반의 기세만 거셀 뿐....  전형적인 육산의 모습으로 변한다.

흙먼지 때문에 산행의 기억이 좋지 않았다던 몇 주 전의 산행과는 달리 지난주에 내린 단비로 가뭄의 흙먼지 산행은 피한 모양이다.

30여분을 힘차게 오르니 발구덕 위의 임도에 다다르니 상인들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

건너편의 두위봉 모습이 장엄하게 펼쳐져 있고...


우측 아래에 위치한 발구덕 마을은 커다란 구덩이가 여덟 개 있다고 그러한 이름이 붙었다.

그러니 팔구덕이 변하여 발구덕이 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밖에도 민둥산 자락에는 수없이 많은 작은 구덩이가 있으며 없던 구덩이가 생기기도 한다. 때문에 밭을 갈던 소가 툭하면 발이 구덩이에 빠지기도 하였다고 한다.

이를 지질학적으로 보면 돌리네(움푹 들어간 지형)에 해당되며 발구덕 마을은 이들 돌리네가 밀집한 카르스트 지형의 전형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돌리네란 석회암 토지의 표면에 볼 수 있는 사발 모양의 움푹 팬 땅이다.

이는 민둥산 지하에 존재한 수없이 많은 동굴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발구덕 마을 동쪽 산릉에는 지름 1m쯤 되고, 깊이는 짐작키 어려운 수직굴.....

민둥산 정상부에 깊이 71m의 삿갓굴과 깊이 18m 수직굴.......

지억산의 남쪽 골짜기에는 기차굴.....

물이 많이 나온다는 뜻의 물 나는굴....

그리고 증산초교 뒤 시루봉의 굴등굴(혹은 호랑이굴) 등,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동국대 동굴탐사팀의 발굴조사결과 아직 그 전모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 마을 아래 땅속에 미로처럼 얽혀 있는 동굴이 존재함이 밝혀졌다. 동양 최대 종유굴로 추정되는 이곳은 종유석이나 석순 등, 동굴 풍치가 일급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동굴을 관광지로 개발하려고 하였으나 자칫 잘못 건드리면 동굴 안에 고여 있던 물이 노도처럼 밀려 나올지 모른다는 우려로 공사를 중단했다고 한다.


임도를 건너 정상으로 향한다.

작은 전나무숲길 아래에서 또 다른 즐거움을 느낀다.

정상부의 억새와 달리 아래쪽의 활엽수림 사이에 곧게 뻗은 전나무 숲에서는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향기를 느낀다.

7부 능선을 넘어서자 억새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탄성과 함께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대는 손길도 바빠진다.


[은빛물결 춤추는 동심.....]

정상으로 이어진 능선 양옆으로 펼쳐진 억새평원의 모습은 소박하고 정겨운 강원도의 모습이었다.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억새의 모습에서 민둥산이 아닌 거대한 한 마리 새의 깃털 속에 들어선 것과 같이 포근함을 느끼며, 어린시절 고향의 기억에 살아있는 아늑함에 마음은 춤추는 동심으로 돌아서는듯하다.

이렇듯 억새는 이름처럼 억세지 못하고 부드럽다.


후미를 기다라며 점심 식사할 곳을 찾아 일행을 이동시키고, 멀리 조망을 하지만, 아주 좋지는 않다.

바로 앞 남쪽의 두위봉, 동쪽 멀리 대덕산의 모습. 그 남쪽 아래로 금대산과 함백산... 고산준령의 모습이 손에 잡힐 듯 파노라마를 이룬다.


식사를 마치고 일행 몇 사람만 먼저 일어선다.

민둥산을 계획하면서 정선소금강의 단풍과 병행할 욕심으로 산행을 서둘러 몰운대트레킹까지 시도하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시간을 비롯한 모든 여건이 이를 허락하질 않는다.

정선소금강을 포기하고, 여유를 찾아가며 화암약수로 향한다.

정선 동면사무소 당직자에게 뒤풀이할 음식점을 물어 예약도 하고...



[한치뒤산이 아닌 고향의 뒷산]

여유롭다.

억새밭을 옆으로 두고 나무로 길을 만들어 놓은 모습과 어우러진 한그루의 소나무에서 여유롭고 평온함을 느끼고, 화암약수로 향하는 하산길의 발걸음에서 느끼는 여유가 그렇다.

같이 산행을 하는 일행들의 얼굴에서도 여유로움은 가득하고,

부드러운 산행 길과 함께 잘 자란 나무숲길에서 느끼는 여유로움과 함께,

그 모든 모습을 담는 가슴에도 여유로움이 있다.

다만 산 정상까지 임도가 놓여져 있다는 아쉬움만 없었으면......


곧게 뻗은 전나무숲길을 지나 구슬동으로 하산을 한다.

이곳에서 화암약수까지는 10분...

주변 경치가 아름다워 화암팔경(畵岩八景) 중 하나인 화암약수는 탄산이온·철분·칼슘·불소 등을 함유하고 있고, 특히 탄산 성분이 많아서 톡 쏘는 맛이 난다. 위장병, 피부병, 빈혈, 안질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전해지며, 1910년경 문명무라는 사람이 꿈에 청룡과 황룡이 엉키어 승천하는 것을 본 후 이 약수를 발견했다고 하며, 마음씨 나쁜 사람이 이 약수를 마시려 하면 물 안에 구렁이가 똬리를 틀고 있는 형상이 보여서 물을 마실 수 없었다는 전설이 있다.


길옆의 절벽과 함께 계곡과 어우러진 단풍으로 정선소금강의 아쉬움을 대신하고, 화암약수 한 모금을 들이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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