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변산에서는...

[산행기록] 산행일자 : 2006년 11월 12일 산행코스 : 남여치(11:43)-관음약수터-월명암-내변산매표소 갈림길-직소폭포-재백이고개                 -관음봉삼거리-관음봉-관음봉삼거리-내소사-주차장(16:58) 산행거리 : 8.6km(5시간15분소요)  산행인원 : 30명 ------------------------------------------------------------------  [걸림 없이 살줄알라] 유리하다고 교만하지 말고 불리하다고 비굴하지 말라 무엇을 들었다고 쉽게 행동하지 말고 그것이 사실인지 깊이 생각하여 이치가 명확할 때 감히 행동하라 벙어리처럼 침묵하고 임금처럼 말하며 눈처럼 냉정하고 불처럼 뜨거워라 태산 같은 자부심을 갖고 누운 풀처럼 자기를 낮추어라 역경을 참아 이겨내고 형편이 잘 풀릴 때를 조심하라 재물을 오물처럼 볼 줄도 알고 터지는 분노를 잘 다스려라 때로는 마음껏 풍류를 즐기고 사슴처럼 두려워 할 줄 알고 호랑이처럼 무섭고 사나워라 이것이 지혜로운 이의 삶이니라.」     천년고찰인 월명암의 한쪽 편에 세워진 간판에 법보장경의 글을 옮겨 놓았다. 마음깊이 새겨지는 글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11월 첫 번째 정기산행으로 내변산을 계획했다가 여러 가지 사정상 취소한 적이 있었다. 가을철 내변산을 입산한 적은 몇 번 있었지만, 단풍을 본적은 없어 늘 가을 내변산을 가슴에 담았었다. 그러나 올 가을 역시 가뭄으로 기대를 저버리고 만 것 같아 아쉬움이 남다르게 남은 산행이었다. [내변산?... 변산] 사실 내변산이란 산은 없다. 변산으로 칭해야한다. 설악산을 외설악, 내설악으로 구분하여 부르는 것처럼 변산 역시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해안 쪽의 외변산과 내륙 쪽의 내변산을 나누었으나, 이는 국립공원지역을 구분하는 것 뿐 산 이름이 내변산인 것은 아니다. 변산의 정상은 해발 508m의 의상봉이 정상이나 쌍선봉과는 아주 동떨어진 독립적인 산군을 형성하고 있으며, 의상봉정상에는 군사시설이 자리 잡고 있어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해서 변산의 2봉인 쌍선봉(498m)이 변산의 정상 역할을 하고 있다. 관음봉 아래에 위치한 내소사를 보면 이 산을 능가산이라 칭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11시 45분..... 늦은 시간에 산행이 시작된다. 남여치매표소에서 단체권을 구입하고 내변산 매표소 팀과 나누어 입산을 한다. 해안에 인접한 남여치는 주위가 워낙 낮은 고도의 지형이라 재라고는 하지만 고도는 약 100m 밖에 되질 않는 것 같다. 겨울을 재촉하는 날씨로 아침부터 꽤나 쌀쌀한 날씨였지만 가파른 고도는 상의를 벗기고 만다. 빨간색의 단풍잎과 함께, 어느 것 하나도 버릴 곳 없는 산해절승(山海絶勝)..... 이것이 변산 산행의 최고의 기쁨이다. 소박한 아름다움이 산행의 기쁨을 더한다. 물이 말라버린 관음약수터를 지나 천년고찰 월명암으로 오른다. 사찰 아래쪽의 감나무줄기의 모습이 깊어가는 가을임을 알려준다. 영주의 부석사와 함께 우리나라 최고의 풍광을 지닌 사찰로 말하는 곳이다. 변산8경에 있는 월명무애(月明霧靄)가 있는 곳, 산 정상에서 일출과 바다안개 그리고 밝은 달을 볼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변산의 여러 봉우리들이 눈앞에 펼쳐지고, 월명암 뒤 산 정상에 있는 낙조대에 오르면 고군산열도의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하늘에 기대어 절간을 지었기에 풍경소리 맑게 울려 하늘을 꿰뚫네. 나그네 마음도 도솔천에나 올라온 듯 황정경」을 읽고나서 적송자를 뵈오리다." 부안의 인물 매창이 지은 '월명암에 올라서(登月明庵)' 라는 시다. 황정경은 송나라 시인 황정견(黃庭堅)의 시집을 말하며, 적송자는 신선의 이름으로 신농 때의 우사(雨師)다. [가뭄으로 말라버린 직소폭포] 월명암을 지나면서 해발 100m의 자연보호 헌장 탑으로 내려서는 길은 그동안 육산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변한다. 일행이 모두 앉을만한 공터를 찾아 식사를 마친다. 돌아보는 월명암의 모습에서 조용한 산사의 모습을, 바위봉우리의 모습에서 작은 거인의 모습을 느낀다. 내변산 매표소와 갈라지는 삼거리.. 자연보호헌장비가 서 있는 작은 테마공원의 모습이다. 고운 단풍의 빛깔에 취해 잠시 휴식을 취해본다.       아주 편한 산책길로 마련된 직소폭포로 오르는 길.. 철길의 침목을 연상케 한다. 폭포아래 메마른 물줄기를 탓해보며, 직소폭포에 오르지만 역시 물줄기는 없다. 변산 팔경의 하나로 산세, 절벽, 계곡미를 모두 갖추고, 쉴 새 없이 30m의 높이에서 물줄기를 쏟아낸다는 안내판이 무색하다. 주변의 울긋불긋한 단풍도 뭔가가 모자라는 느낌이다.   재백이고개에 오르면서는 간조의 서해모습이 장관이다. 암봉을 이룬 한쪽편의 봉우리와 눈을 돌리면 갯벌이 훤한 서해안..... 재백이고개를 거쳐 내소사로 내려서는 일행을 보내고 관음봉을 향해 오른다. 600m의 거리의 관음봉을 거쳐 다시 내소사로 내려선다. 산행 중에 내려다본 내소사는 드라마 세트장을 연상케 한다. 작은 관청의 모습 같기도 하고, 편안한 시골 대갓집 같은 분위기였다.     [전나무 숲길을 지나 채석강으로] 4점의 보물을 간직한 내소사는 백제 무왕 때 건립된 고찰로, 입구의 전나무 숲길로 인해 사철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사찰이다. 인파들이 붐비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늦은 가을을 지키는 사찰 앞의 단풍을 즐긴다. 주차장으로 나오는 전나무 숲길은 정말 아름답기 그지없으며, 전나무에서 풍겨 나오는 향에 머릿속까지 상쾌해짐을 느낀다.     예상보다는 한 시간이 더 늦은 시간으로 서둘러 채석강으로 버스를 이동한다. 서해 너머로 붉은 태양이 가라안고 있다. 오랜만에 보는 낙조지만 이동중인 차량 안으로 사진으로 남기기엔 역부족이다. 채석강에 내려 노을 진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해삼 멍게와 함께한 자리엔 벌 떼가 다로 없었다. 젓갈정식으로 변산의 일정을 마치고 귀경버스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