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니가타 “고개 들면 눈세상, 발 밑은 꽃세상”

2009. 10. 8. 10:26국내산행정보/....국내산행 정보

日 니가타 “고개 들면 눈세상, 발 밑은 꽃세상”

▲ 일년내내 흰 눈에 덮여있는 해발 1000m의 긴잔다이라 만년설 협곡(니가타현 우오누마시) 풍경. 1m이상 깊이로 남은 눈위로 불어오는 계곡바람에 협곡에는 늘 이렇게 안개가 피어오르는데 그 에어컨만큼 시원한 바람에 협곡을 찾는 즐거움은 배가 된다. 지난 7월26일 촬영한 모습.

 

 습지 보호를 위한 국가 간 약속인 람사르 협약. 그 10번째 총회가 다음 달 우포늪 인근의 경남 창원시에서 열린다(10월 24일∼11월 4일). 주제는 ‘건강한 습지, 건강한 인간’. 습지는 자연 중에서도 가장 다치기 쉬운 자연. 반면에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는데 생태계의 버팀목이어서다. 습지가 사라지면 생태계는 무너진다. 종국에는 모든 생명이 사라진다. 인간도 예외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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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의 메시지란 ‘더불어 사는 삶’. 이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곳이 있다. 일본 중부의 오제습원이다. 이 습지는 화산 분화로 인한 지형 변화로 강의 흐름이 끊기면서 생겼다. 위치는 니가타 군마 후쿠시마 세 현이 만나는 해발 1400∼1700m 산악의 고지대다.
   
 한때 댐과 도로 건설 등 인간의 간섭으로 사라질 뻔했던 이곳. 위기를 극복한 후에는 일본 자연보호운동의 메카로 거듭났다. 그 오제를 찾아 니가타 현으로 떠났다. 오제습지는 닛코국립공원(후쿠시마, 군마 현)에 속했다. 그러다 최근 오제습원만 별도로 오제국립공원으로 지정하면서 바뀌었다.


 습원은 봄의 물파초로 이름난 오제가하라(군마 현), 한여름에 각시원추리가 군락을 이루는 오제누마(후쿠시마, 군마 현)로 크게 나뉜다. 지난 반세기는 후쿠시마 현의 산악도로가 주요 접근로였다. 하지만 나는 니가타 루트로 답사했다. 니가타 현의 특미인 쌀과 술, 그리고 맛있는 음식과 온천을 두루 즐길 수 있어서다. 긴잔다이라의 만년설 계곡과 오쿠타다미 댐의 뱃길, 너도밤나무 원시림도 한몫했다. 그런 멋진 니가타 현의 오제습원 트레킹 루트로 안내한다.

 

▲ 영상취재 : 동아일보 특집팀 조성하 기자


고개 들면 눈세상, 발 밑은 꽃세상 ‘천상의 정원’ 
 동해를 낀 혼슈 중부의 니가타 현. 소설 ‘설국’과 일본 스키가 태어난 눈 고장이다. 그 많은 눈은 어디서 올까. 동해다. 한겨울 서북풍은 동해의 습기 머금은 대기를 니가타 내륙으로 밀어넣는다. 그러다 산맥에 가로막힌다. 대기는 산 사면을 따라 상승하고 습기는 눈 결정을 이루며 니가타를 덮는다.

 

한여름 만년설에서 안개 피어오르는 긴잔다이라 계곡
 ‘설국’의 강설량. 과연 얼마나 될지. 오제국립공원으로 가는 도중 한 마을이 답을 주었다. 그곳은 나가오카(신칸센역)에서 차로 2시간 거리의 폐광지역 산간마을인 긴잔다이라(해발 780m·우오누마 시). 당시는 7월 26일. 그런데도 아라사와 계곡에는 눈이 1m나 쌓여 있었다. 이곳 연간 강설량은 4∼6m, 강수량은 4000mm. 일본 최고다.


 이 마을은 오제습원 니가타 루트의 초입. 코스는 이렇다. 우선 ‘실버라인’이라고 불리는 장장 22km의 긴 터널을 차로 통과해 오쿠타다미 댐에 가서 다시 유람선으로 40분가량 호수여행을 한다. 그리고 버스로 너도밤나무 원시림 등 숲으로 뒤덮인 산악을 일방통행 길로 한 시간쯤 달리고 다시 숲길(3.3km)로 고개(누마야마토게)를 걸어서 넘는다. 그 고개 아래, 숲 밖은 오에(大江)습원. 오제누마 습지연못은 이 들꽃 흐드러진 오에습원을 가로지르는 1.5km 목도(木道)의 꽃길 끝에 펼쳐져 있다.

 

 

백두산 서파를 닮은 들꽃 천지 오제누마 트레킹 코스
 이 코스는 글로 풀어놓으면 좀 지루해 보인다. 그러나 실제는 다르다. 지하도시를 방불케 하는 22km 터널, 해발 750m 수면의 산정호수, 원시림을 헤집는 산악도로, 들꽃을 벗해 걷는 숲과 습지평원 트레킹. 이 하나하나가 다 백미다. 게다가 힘도 별로 들지 않고.


 이번 트레킹에는 동반자도 있었다. ‘걸어 다니는 식물도감’이라는 야생화 박사 김태정 한국야생화연구소 소장과 야생화 전문가 강은희 씨, 그리고 니가타 현의 아마추어 식물학자 도미나가 씨였다. 김 소장과 강 씨는 ‘쉽게 키우는 야생화’(현암사)라는 책의 공저자로 들꽃 트레킹 코스로 오제의 가치를 평가해줄 전문가였다.

 

▲ 들꽃 화들작 핀 습지 평원을 걷는 즐거움은 그곳이 일본이든 한국이든 상관없이 크고 한 없다. 일본 중부의 니가타와 군마 두 현 경계의 해발 1400m 고지에 형성된 오제국립공원의 오데스치젠(습원)은 한여름이면 이렇게 노란 각시원추리가 흐드러지게 피어 수십만명이 찾는 인기있는 트레킹 코스로 이름난 곳이다. 지난 7월25일 모습이다.


 누마야마토게 숲길 초입. 김 소장이 뭔가를 열심히 촬영하기 시작했다. 풀산딸이라는 작고 귀여운 하얀 꽃이었다. “한국에도 있지만 내 평생 이 꽃 보기는 처음”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 숲에는 지천이었다. 한 시간의 숲길 트레킹. 사람들은 마주칠 때마다 “곤니치와”라고 인사를 건넨다. 배낭마다 딸랑이 종을 달고 다녔는데 곰 퇴치용이었다.


 한 시간 후. 숲 밖으로 거대한 습원이 펼쳐졌다. 오에습원이다. 여기서 오제누마까지는 외길. 긴 나무판을 이어 붙인 목도다. 목도는 오제습원을 구한 이곳의 랜드마크. 그 사연은 이렇다. 6∼10월 140여 일간 오제를 찾는 탐방객은 65만 명. 사람 발길에 습원이 남아날 리 없다. 그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이 목도다.


 오에습원의 들판은 거대한 꽃밭이었다. 그날은 키가 훤칠하고 노란 빛의 각시원추리가 많았다. “서리만 없었어도 닛코기스케(각시원추리)로 뒤덮였을 텐데….” 도미나가 씨가 안타까워하며 말했다. 이 꽃대궐 들판을 걸으며 우리는 백두산 서파(중국 쪽 분화구 서편 산지)의 들꽃으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두 곳은 무척이나 닮았다.
 

료칸 사케로 이어지는 니가타의 식후경
 내가 일본, 아니 니가타를 좋아하는 이유. 겨울에 스키, 사철 온천을 즐길 수 있어서다. 사케(청주)와 음식, 그 둘을 동시에 내는 료칸도 마찬가지다. 니가타는 특산품 ‘고시히카리’ 쌀로 짓는 밥맛 또한 천하일품이다. 그러니 니가타 여행길에 어떻게 료칸을 저버릴 수 있을까.


 이번에는 해안평지 이와무로 온천의 다카시마야, 산악지대인 오유온천의 유노야도 가이리, 이렇게 두 곳의 료칸에서 묵었다. 다카시마야는 120여 년 전 메이지시대 일왕이 찾았던 명소. 전통 정원도 멋진데 건물 자체가 국가지정 문화재다. 매년 전국에 중계되는 바둑과 장기대회의 대국 장소이기도 하다. 개업한 지는 250년. 자손 대대(현재 19대손)로 영업 중이다. 가이세키 상차림에 단품요리를 하나씩 내는 전통방식을 고집하고 있었다.

 

▲ 니가타 현의 해안지방에 있는 아와무로 온천의 다카시마야 료칸. 문화재로 지정된 전통고옥에는 멋진 정원이 조망되는 고풍스런 다다미 객실이 잘 보존돼 있다.

 

▲ 니가타 현의 해안지방의 아와무로 온천에 자리잡은 다카시마야 료칸의 아침식사 상차림. 일왕도 다녀간 유서깊은 전통료칸이다.


 그 부근의 다카라야마 주조는 일본 총리가 취임할 때마다 축하주로 쓰는 술의 도가. 양조장은 100년 이상 역사의 전통 정원을 낀 고색창연한 고옥인데 방문객 모두에게 견학과 시음 기회를 주는 인심 후한 곳. 1886년 창업해 4대째(와타나베 세이지 씨) 운영 중이다.


 하마야키를 맛보는 데라도마리도 명소다. 하마야키는 생선 꼬치구이로 해안도로 변의 수산시장에서 판다. 이 시장은 싸고 싱싱한 생선으로 인기여서 연간 180만 명이나 찾는다. 특산품은 대게. 여름철(금어기)만 빼고 연중 지천으로 나는데 모두 동해산이다. 니가타 시내에서 한 시간, 나가오카에서 40분 거리다.


 200년 역사의 유노야도 가이리도 이번 여행길에 발견한 멋진 온천료칸이다. 오제국립공원이 있는 우오누마 시의 산중 협곡에 있는데 각기 온도가 다른 온천을 3개나 갖고 있다. 매크로 바이오틱 구어메(Macro-Biotic-Gourmet)라는 ‘건강장수’ 개념의 식단도 특징. 매끼 다른 농부가 방금 정미한 고시히카리 쌀로 밥을 짓고 산채요리를 내는 것이 특이했다.

 

여행정보

◇찾아가기 ▽니가타=인천∼니가타 대한항공 주5회 운항. 인천∼하네다 항공편 이용 시 도쿄 역에서 조에쓰신칸센을 타면 나가오카(1시간 40분 소요), 니가타로 간다. ▽긴잔다이라·오유온천=우라사(조에쓰신칸센 역 동편)∼오쿠타다미 댐∼누마야마토게(트레킹 초입) 운행 오쿠타다미 합승택시 이용. 3일 전 예약 필수. 025-792-7300. 오유온천∼오쿠타다미∼누마야마토게 구간은 버스(예약제)도 운행. 문의 우오누마 시(www.city.uonuma.niigata.jp/kankou)


◇오제국립공원 2007년 국립공원 지정. 900여 종의 아한대 식물이 서식하는데 연중 6개월 이상 눈으로 덮여 있다. ▽홈페이지=www.oze-fnd.or.jp ▽오제누마 트레킹=6∼10월 중순만 가능. ▽초조산장=오제누마, 오제가하라에 있다. 개장은 5∼10월. 1박 2식에 8000∼9000엔. 0278-58-7100 chozo@guitar.ocn.ne.jp ▽오쿠타다미 유람선=6∼10월만 운항, www.okutadami.co.jp.
◇료칸 ▽유노야도 가이리=www.kairi.co.jp
◇긴잔다이라=해발 700m의 산간마을로 온천 주변에 통나무집 숙소가 있다. 주변 강은 낚시의 명소로 송어와 곤들매기가 주 어종. ▽아라사와 휘테=통나무집이 있는 료칸. www.ops.dti.ne.jp/∼arasawa ▽유노타니 여름 유키마쓰리=한여름(매년 7월 하순)에 여는 눈 축제. 만년설 계곡 입구에 쌓아둔 눈 더미가 무대. www.yunotani.com

 

도깨비뉴스 여행전문 리포터 동분서분 report2@dk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