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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5일 성탄휴일의 삼각산 의상능선]

trekker 2010. 12. 27. 23:08

[12/25일 성탄휴일의 삼각산 의상능선]

 

[삼각산 의상능선]

 

해외 원정 산행으로 바쁜 성수기를 지나 비수기로 다가서니 몸은 한적한데 마음만 바쁘다. 내년도 계획과 영업방침으로 오히려 머리는 지끈지끈 아프기만 하다. 대부부의 휴일 중 하루는 출근하여 조용히 그런 계획을 세우곤 하는데 나이가 먹어도 마음은 어려서 그런가? 성탄휴일에는 사무실에 있고 싶지가 않았다.

그래 이틀 동안 한적한 지방산행이라도 가면 좋겠지만, 그보다도 간만에 친구들과 산행을 하는 것이 더 좋을 듯싶었다.

12월 25일 성탄절 아침 10시30분. 약속장소인 길음역으로 나간다. 나와 오늘의 대장인 영철이를 포함하여 7명이 오늘 북한산 의상능선 산행에 나선다. 정릉 청수장행 버스로 이동하여 청수장을 들머리로 산행을 시작한다. 서울에 살면서도 직업상 외국의 산을 더 많이 다닌 나로서는 명산 북한산을 자주 찾는 친구들이 오히려 부러울 따름이다.

 

청수장을 출발하여 대남문-청수동암문-용혈봉-용출봉을 거쳐 산성매표소로 하산하는 루트가 오능의 일정이다.

대한민국의 진정한 산꾼인 쇠물팍 신영철의 리딩과 우리나라 산의 깊이에 푹 빠져있는 새로운 산꾼 양파 정병남이 보는 후미대장의 든든한 안내에 마음 든든한 산행을 한다.

언제나 느끼지만 북한산의 모습은 세계 어느 곳에 내놓아도

12월 25일 삼각산(PHOTO BY 쇠물팍)

빠질 수 없는 아름다움과 독특한 매력을 가진 곳이다. 해발 고도가 낮아 상대적으로 만년설의 설산은 없지만 암봉의 기암과 흐르는 계곡의 맑은 물이 흐르는 산자수명한 산세가 세계 어느 곳에 또 있을까?

직업상 적지 않은 해외명산을 다닌 내가 보는 짧은 지식으로는 판단이 이러할 수밖에 없다. 저마다 특별한 자기의 모습

7명의 친구들(PHOTO BY 쇠물팍)

으로 독특한 절경으로 산꾼이나 트레커를 유혹하지만 북한산은 북한산 나름대로 아름다운 경치가 있는 곳이다.

그런 명산을 친구들과 같이하고 산행 후에 한잔으로 회포를 푸는 뒤풀이에서는 서로의 정을 나눌 수 있어 더욱 좋아 행복한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이 우리의 좋은 인연이라 생각한다.  사실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생활을 하면서 지역이나 단체, 아니면 개인의 욕심에 따라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에 묻혀 사는가? 이런 우리의 자화상을 생각한다면, 자연 앞에서 우리가 행하는 산행 하나하나로 우리의 마음이 순화되고, 사심 없는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고, 육체적인 건강보다 정신적으로 건강한 인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에 무한히 감사해야 한다.

[삼각산과 북한산]

서울 사대문 안에서 보면 만경대, 백운대, 인수봉이 뿔처럼 솟았다 해서 예로부터 삼각산으로 부르던 삼각산이 일제의 강점기를 거치며, 북한산 이름으로 정착을 했다.

사실 예전에도 북한산이란 이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강의 북쪽에 있다고 북한산, 이는 대간이나 정맥에도 비슷한 방법에 의해 이름이 붙었으니 무시할 수는 없는 이름이다. 예를 들어 한강 물줄기의 북쪽의 산줄기는 한북정맥, 남쪽의 산줄기는 한남정맥이 이를 뒷받침 해준다.

그러나 고문헌에 북한산보다는 삼각산이라는 이름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원 이름이 삼각산임에는 틀림이 없다.

 

최근 산 이름을 삼각산으로 이름을 환원하자는 운동이 일부 지자체와 불교계, 그리고 시민단체이서 일고 있다. 삼각산 아래에 있는 강북구는 아파트와 학교 그리고 소방서 이름까지 삼각산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삼각산내 사찰은 '북한산문수사'에서 '삼각산문수사' 이런식으로 산 이름을 바꿔 사용하고 있다. 주변의 지자체나 단체 모두가 이름 바꾸기를 동의하고 실행에 옮기는 실정이다.

다만 북한산의 일부를 관리하고 있는 고양시에서는 반대를 하고 있다. 삼각산 일부가 행정구역상 고양시에 소속되어 있는데, 고양시는 최근에 서울대 규장각에서 북한산이 삼국시대 당시에도 있었던 이름이라는 증거를 찾았다고 한다.

그러나 삼국시대부터 있었던 이름이라도 문헌상에 선조들이 주로 쓰던 이름이 삼각산이라면 환원이 올바르지 않을까 생각해 보며 삼각산에 관련된 시를 소개한다.

 

우뚝 솟은 높은 뫼는 하늘까지 솟았네

한양의 지세는 하늘을 열어 이룩한 땅

굳건한 큰 대륙은 삼각산을 떠받쳤고

넓은 바다 긴긴 강물은 오대산에서 흐르네

 

 

이는 이성계가 조선을 세우고 창업을 노래했던 시로 한양의 지세를 찬양하고 있다. 삼각산이 굳건한 대륙을 떠받치고 넓은바다 긴긴 강물은 한강을 말하며 오대산에 흐른다고 했다. 이를 보면 삼각산이 한양을 대표하는 산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넓은 바다 긴긴 강물은 오대산에서 흐르네.”라는 구절을 보면 한양까지 흐르는 물은 한강을 말하며, 그 옆의 산줄기가 한강정맥(기맥)의 줄기를 암시하기도 한다.

12월 25일 삼각산(PHOTO BY 쇠물팍)

 

그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며는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 날이

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 주기만 할양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드리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이 깨어져 산산조각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리까.

 

 

일제강점기 시절 심훈이 지은 조국 광복을 염원하는 "그 날이 오면" 이라는 시로 광복이 오면 삼각산이 춤을 추고 한강이 용솟음친다는 표현을 했다. 이는 삼각산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산이었음을 말한다고 볼 수 있다.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 보자 한강수야.

고국 산천을 떠나고자 하랴마는

시절이 하 수상하니 올동말동 하여라.

 

김상헌이 청나라 볼모로 끌려가면서 절망적으로 읊었던 시조로 삼각산이 고국산천 즉 우리 땅을 대표하고 있다.

 

[의상능선과 원효능선]

산이 많은 우리나라의 어디를 가든지 항상 산행이 가능하고, 그 산의 능선에 올라 넓은 시야로 세상을 조망하고 나면 가슴이 뿌듯해짐을 느낄 것이다. 그 많은 산의 마루에는 어김없이 봉우리와 능선의 이름이 있다. 능선의 이름을 살펴보면 정상의 주 봉우리를 기점으로 해서 북능이나 남능등으로 위치적인 이름과 능선상의 봉우리 이름을 부쳐 부르는 것이 대부분이다.

 

봉우리나 산이름 역시 전설이나 생김새 등 그 특성에 의해 지어지는 것이 일반적인 것 같다.

그러나 삼각산의 남서편의 두 능선은 유명한 고승의 이름이 붙어 있는 곳이다.

12월 25일 삼각산(PHOTO BY 쇠물팍)

우리가 오늘 산행을 한 의상능선과 의상봉, 맞은편 원효봉과 원효능선을 보더라도 그렇다. 신라시대, 당시 불교계의 쌍벽을 이루던 대 스님인 의상대사(625-702년)과 원효대사(617-686년)가 아니던가?

 

전국의 명산에 있는 1000년 고찰이라면 의상대사와 원효대사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인데 다른 곳에는 없는 의상봉과 원효봉이 삼각산에는 있다는 점이다.

아마도 두 스님이 일찍이 삼각산에 입산하여 수도를 해서 이름이 그렇게 불려진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12월 25일 삼각산(PHOTO BY 쇠물팍)

원효대사는 모든 중생은 성불할 수 있다는 법성종(해동종)의 창시자며, 의상대사는 화엄종으로 석가가 도를 이룬 뒤 깨달은 대로 설법했다는 경문인 화엄경을 모태로 하고 있다. 이 경전은 법계 (法界) 평등의 진리를 깨우친 석가의 만행 (萬行), 만덕 (萬德)을 칭송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보다 두 스님이 불교를 공부 하러 당나라에 가던 중의 에피소드가 흥미롭다. 다 아는 얘기지만 원효대사는 밤에 바가지의 물을 마셨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해골이었다는 것. 원효는 모든 게 마음에 달려 있다는 것을 깨닫고 발길을 돌렸다고 한다. 후일 승복을 벗은 원효가 요석 공주와의 사이에서 설총을 나았던 것이 우리의 흥미를 꽤 자극하는 대목이다.

一切無碍人 一道出生死(모든 것에 거리낌 없는 사람이라야 한길로 생사를 벗어나리라) 원효가 파계 후 스스로를 낮추면서 부르고 다닌 無碍(무애)란 노래 속에서 또 다른 그의 불계가 잉태되었으리라.

한편, 의상대사는 당나라에 가서 화엄경에 푹 빠져 가지고 돌아와 경북 영주에 있는 부석사를 창건했다. 둘은 역시 일찍 이 삼각산에도 들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전상의 문수, 보현보살이 대남문을 지키는데 반해 이 두 생존했던 대사는 북서쪽 산성 정문을 지키게 돼 참 역할 분담을 잘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들 둘의 특성을 봐도, 원효봉은 둥그스러운 바위 하나로 되어 후덕한 것이 원효의 선(禪)을 통한 깊고 넓은 맛이 있어 보이고 의상봉은 잘록 들어간 허리에 긴 스커트를 입은 날렵한 신여성모습으로 의상처럼 지성미가 우세해 보인다는 생각이다.

 

[산행 그 후]

대남문 앞에서 점심을 한다. 언제나 느끼지만 가벼운 산행에 먹는 것이 많고, 소비하는 에너지보다 보충하는 에너지가 더 많다. 앞으로 점심 없는 산행을 하던가 해야지......

용혈봉에 오른다. 몇 년 전 여름 번개에 맞아 몇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곳이다.

최근 등산인구의 폭증으로 너무 지식 없는 산행이 많아진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단순한 뒷산 산책으로 생각하고 북한산으로 오는 사람들이 많아져는 것을 인위적으로 통제는 할 수 없지만 분명히 대책은 세워야 할 부분이다.

비가 온다고 우산을 쓰고 산행을 한다든지, 장비 없는 릿지산행 등은 우리가 한번쯤은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그 외 많은 부분이 기본적인 상식을 무시한 무모한 산행에서 사고로 이어진다는 점은 묵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며, 산불을 걱정하여 산에서 화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보다는 사고를 방지할 기본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물른 화기사용을 허가한다면 또 몰지각한 화기사용자들이 많이 나오겠지만.....

그런면에서 보면 일본인들의 국민의식과 산행의식은 정말 본 받을만하다. 그들은 입산금지라는것 도 거의 없고, 야영

금지도 없고, 취사금지도 없고, 흡연금지도 없다. 분명한 것은 그들 스스로가 철저하게 자율적으로 모든 것을 아끼고 지켜나간다는 것이다.

취사 후 음식물 찌꺼기를 버리는 것도 없으며, 담배를 피워도 꽁초는 물론 재까지도 휴대용 재떨이에 담아 가지고 온다는 것이다.

 

용혈봉, 용출봉, 의상봉의 암릉은 북한산 최고의 산행묘미가 있는 곳이다.

암봉구간을 지나 산성매표소로 하산하며, 약수터에서 시원한 약수한사발로 목을 축인다. 시내버스로 불광동으로 자리를 옮겨 간단한 뒤풀이로 내일산행을 약속한다.

 

 

12월 25일 삼각산(PHOTO BY 쇠물팍)

 

  

2010년 12월 27일 월하 최승원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