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녠바오위쩌(年保玉则-/5,369m) “천상의 화원을 거닐다.”-2부

trekker 2016. 9. 8. 13:43

수 없이 많은 호수를 만나는 녠바오위쩌 트레킹

 

합작에서 구치까지 길가에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으로 지루할 틈이 없이 이동을 했다. 작은 마을인 구치에서 하루를 지냈지만 해발 3,600m의 구치에서 하룻밤은 그리 편하지는 않았다. 일행 중 최고령인 최경구 교수님의 고소에 대한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고소로 밤새 편한 잠을 주무시지 못해 트레킹 첫날부터 부담이 많이 되시는 모양이다.

 

[합작에서 구치로 이동 중 풍경]

 

지난 저녁 호텔에 도착하고 고산 트레킹에 대한 몇 가지 당부사항과 함께 4박5일의 트레킹에 꼭 필요한 짐과 그렇지 않은 짐을 분리를 부탁하였다. 중국 서부지역의 트레킹 코스가 대부분 그러하겠지만 이곳 역시 포터가 없는 지역이라서 말이나 야크가 포터를 대신하지만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하여야 한다. 따라서 트레킹 시 꼭 필요한 장비만 휴대하기로 하고 나머지는 차량에 보관하기로 하였다.

 

카고백에 정리한 보관 짐들은 차량트렁크에 먼저 실고, 각자 별도의 백에 담아 둔 트레킹에 필요한 짐은 꺼내기 좋게 나중에 싣는다. 서둘러 녠바오위쩌를 향해 길을 재촉한다. 구치현에서 녠바오위쩌로 이동하는 길은 서너 개의 고개를 넘어야 한다. 흑하교를 지나면서 좌측으로 녠바오위쩌의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가 있었다. 노란색의 야생화가 끝없이 차창으로 펼쳐지고 멀리 녠바오위쩌는 희끗희끗하게 만년설을 품고 있으며, 노란색의 야생화 가운데 우뚝 서있는 흰색의 불탑인 초르텐이 아주 멋진 하모니를 이루고 있었다. 야생화 군락 가운데로 유유히 흐르는 물줄기 옆으로는 검은색 야크 한 무리가 한적하게 풀을 뜯고 있다. 옆으로 서있는 하얀색 천막이 유목민의 삶은 터전임을 알 수 있었다. 타르초가 펄럭이는 고갯마루에 올라서자 차량을 세운다. 직업의식이 투철한 젊은 PD들은 주변 경관을 스케치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선녀호로 이동 중 만난 녠바오위쩌]

 

선녀호경구 입구(4,000m)에 도착하자 미리 예약해둔 가이드가 일행을 반겨준다. 선녀호경구의 매표소에서 말과 가이드를 고용하면서 트레킹이 시작된다. 매표소의 모습 또한 주변경치와 아주 잘 어울렸다. 뒤로는 뾰족뾰족한 침봉과 앞으로는 거대한 선녀호, 그리고 주변에 펼쳐지는 푸른 초원위에 삭박하게 느껴지는 콘크리트가 아닌 목조주택으로 지어진 매표소는 대자연과 동화되기에 충분하였다.

 

트레킹의 첫날, 오늘은 선녀호경구(仙女湖景区 4,050m)를 출발하여 요녀호야영장(妖女湖 4,050m)까지 진행한다. 거리는 약 10.5km 약 4~5시간이 소요되며, 길은 아주 편안하다. 다만 해발 4,000m가 넘는 길을 걸어야 하므로 고소증세에 유의하야야 한다.

 

포터 대신 고용된 말에 트레킹에 필요한 짐을 실고 단단히 묶는다. 녠바오위쩌 정상방향을 바라보니 그 모습은 말로 형연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더욱이 길게 늘어진 하얀 구름과 쾌청한 날씨까지 더하여 주변과 조화를 이루니 ‘나는 최고의 행운아’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나뿐이 아니라 같이 간 일행 모두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다.

 

[선녀호에서 바라 보는 정상 부근 풍경-좌측의 만년설 뒤로 녠바오위쩌 정상]

 

입구를 출발하면 바로 선녀호를 만난다. 선녀호는 일반 관광지로 개방이 되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특히 야생화가 절정을 이루는 6월부터는 중국의 각지에서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몰려드는 관광객과 지천인 야생화를 보호하기 위해 나무테크로 관광객을 위한 길을 만들었다.

 

선녀호는 녠바오위쩌 트레킹 중 처음으로 만나는 호수이다. 청해성, 사천성, 감숙성 등 3개성 경계지점에 있는 녠바오위쩌는 크고 작은 많은 호수를 품고 있다. 어떤 자료에서는 150개의 호수가 있다고 하난가 하면 또 다른 자료에서는 260개의 호수가 있다고 한다. 찾아보는 자료마다 다르긴 하지만 어찌 되었건 녠바오위쩌에는 수많은 호수가 있으며, 이 호수들은 유목민들이 가축을 방목하는데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 주며, 산을 찾는 트레커들이나 등반객들에게는 식수원이 되며, 호수 주변은 자연스럽게 야영장에 된다.

 

[트레킹을 시작하며 바라 본 선녀호와 녠바오위쩌]

 

일반적으로 녠바오위쩌를 소개하는 대부분의 사진이 모두 선녀호의 사진일정도로 뛰어난 경치를 담고 있다.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야생화들이 온통 초원을 뒤덮어 그 모습만으로도 황홀경에 빠져들게 된다. 여기에 더하여 설산+야생화+호수의 조합은 환상적인 경치를 더해준다. 그러나 티베트인들이 부르는 이 호수의 원래이름은 시무조라고 한다. 선녀호는 녠바오위쩌의 다른 곳에 있다고 한다. 중국인들이 이곳에 왔다가 잘못된 오기가 선녀호로 굳어진 것으로 추정해본다.

 

때마침 선녀호의 앞쪽에 사찰을 신축하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가운데 커다란 기둥을 세우고 각방향으로 돌아가며 타르초를 매달아 놓았던 지난 모습은 사라지고 건설장비가 동원되어 커다란 철골 구조물을 세우고 있었다. 적지 않은 규모의 사찰이 들어설 것 같은 느낌이다. 건설공사가 한창인 현장 옆으로는 티베트승려와 티베트인들이 모여 법회를 진행하고 있었다. 호숫가에서 이루어지는 법회는 커다란 천을 바닥에 깔고, 그 주변을 둘러 앉아 작은 종이에 빼곡하게 적은 티베트불경을 뿌리고 있었다. 불경을 적은 작은 종이를 하늘로 뿌리면 신이 악을 물리친다고 한다.

 

[선녀호에서 우루어진 법회 모습]

 

호수를 들여다보니 자생하는 물고기가 얼마나 많은지 ‘물 반, 고기 반’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물고기를 먹지 않는 티베트인들의 정서상 녠바오위쩌의 호수에는 어디든 물고기가 많다. 더욱이 이곳 선녀호는 종교인들이나 관광객들이 주는 물고기 먹이로 인해 다른 호수보다 더 많은 것 같이 보였다.

 

티베트인들은 사람이 죽으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장례를 치르는데 그 중 하나가 수장문화이다. 천장문화는 시신을 토막 내어 높은 산에 독수리나 까마귀에게 보시하여 이승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 영혼이 자유롭게 하늘로 올라간다고 한다. 그리고 수장문화는 강이나 호수 등에 명주 끈으로 시신을 매어 놓아 물고기들에게 보시하는 장례문화로 물고기를 통하여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며 해탈할 수 있다고 믿는다. 또한 물고기를 해탈의 상징으로 여긴다고 한다. 그러므로 그들은 물고기를 먹지 않으며, 오히려 보호를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트레킹 중 캠프생활을 하며 티베트인들과 같이 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밥과 김치는 먹으면서 꽁치통조림으로 끓인 김치찌개는 전혀 먹지 않았다.

 

[물 반 고기 반인 선녀호의 모습]

 

호수 건너편으로는 만년설을 머리에 얹은 정상부근의 봉우리들이 잘 조화된 경치에 대미를 장식하는 듯 했다. 만개한 야생화와 잔잔한 맑은 물에 비추는 설산봉우리는 물가를 걷는 트레킹은 세상에 시름을 모두 털어내기에 한 치의 모자람도 없었다. 또, 멋진 절경과 함께하는 이 길에서는 바쁨도 없었으며, 재촉하는 이도 없었다. 미처 가슴에 담지 못하는 풍경이 있을까하는 조바심만이 가득했다.

 

호수를 벗어나면서 야생화가 적어지는 듯 하더니 광활한 초원이 나오며 황금빛 벌판으로 변하였다. 트레킹을 시작한지 2시간 남짓, 이름 모를 야생화에 이끌려 온 지금 이곳에서는 이곳 절경 외에는 아무 기억도 없으며, 아무 생각도 없는 무아도취의 세상이 되고 있었다.

 

멋진 경치 때문일까? 관광객들이 오기에는 제법 먼 거리인데 이곳까지 관광객들이 오고 있었다. 동서고금,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인들 아니 그러하겠냐마는 이곳을 찾는 중국의 아낙네들 역시 이 멋진 천상화원을 보고 그냥 갈수가 없는 모양이다. 서서 찍고, 앉아서 찍고, 누워서 찍고, 점프하며 찍고, 마냥 신이 난 모습이었다. 바위 밑으로 커다란 구멍을 파고 사는 마모트도 인간들의 그런 모습이 신기하듯 밖으로 나와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끝 없이 펼쳐지는 야생화]

 

선녀호를 벗어나고 1시간쯤 지날 무렵 나타나는 요녀호의 자태가 심상치 않다. 요녀호는 선녀호에 비해 크기는 많이 작지만 더 없이 많은 볼거리를 주고 있다. 폭은 좁지만 길게 이어진 호수인 요녀호는 맑은 진녹색의 물과 주변의 봉우리 더없이 좋은 절경은 선녀호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녠바오위쩌의 산신과 사냥꾼에 의해 죽임을 당한 악마가 지역의 청년들을 유혹하기 위해 아름다운 소녀로 둔갑한다고 하여 요녀호로 이름지어진 이 호수는 기암침봉으로 둘러싸여 있어 요녀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방송 촬영에 여념이 없는 PD들]

 

갑자기 후드득하는 소리와 함께 빗줄기를 쏟아낸다. 4,000m가 넘는 고산에서 언제든지 내릴 수 있는 비라고는 하지만 2~30분을 더 버티지 못한다. 요녀호의 상단에 올라서면 첫날의 트레킹이 종료된다. 이곳에 도착하면 누구나 호수 변 초원 위를 야영장으로 택한다. 그 모습이 광활하고 아름다워 어디에 머물던 지 최고의 야영지가 된다. 그러나 쏟아지는 빗줄기로 인해 텐트 치는 것은 뒤로 미루고 옆에 있는 허름한 유리방갈로로 몸을 피한다. 다행히 얼마 가지 않아 빗줄기는 그친다.

 

[5일의 트레킹 기간 중  끝 없이 만나는 노란색의 야생화]

 

비가 그치며 기압으로 인해 가라앉은 운해로 인해 주변의 봉우리들은 묘한 모습을 하고 있다. 수줍은 듯 모습을 숨겼다가 이내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가 하면 다시 모습을 감추고 있다. 정상 쪽으로는 흐르는 눈처럼 빙하가 쌓여 그 모습조차도 숨바꼭질을 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여기까지 짐을 지고 온 말들은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녠바오위쩌에서 맞이하는 첫날밤은 이렇게 저물어 간다.

 

[요녀호의 야영장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