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녠바오위쩌(年保玉则-/5,369m) “천상의 화원을 거닐다.”-4부

trekker 2016. 9. 8. 16:30

녠바오위쩌 패스를 넘다


다시 길을 재촉하여 녠바오위쩌 패스를 향한다. 고도의 표교차는 약 150m이지만 패스로 오르는 길은 쉽지 많은 안았다. 텐트와 장비는 마부들이 정리하여 말에 실어오기로 하고 먼저 출발하였지만 가파른 경사를 오르는 길은 열 걸음을 걷지 못하는 것 같았다. 당초 일정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지연된 일정을 만회라도 해보려고 애를 써 보지만 그리 녹녹치는 않았다.

 

[야영지에서 출발 전 모습]

 

뒤늦게 출발한 말과 마부들이 추월을 하여 먼저 패스를 향해 오른다. 넓은 고산초원에서 태어나고 자란 저들은 이곳이 놀이터이고, 삶의 터전이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호흡조차 힘든 일행과는 달리 그들은 너무도 편하게 오르고 있다. 부러 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지만 어차피 ‘나의 두 다리로 오르지 않는다면 이곳을 찾는 의미는 없다’라는 마음으로 힘을 내본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며 온몸을 땀으로 흠뻑 적시고 난 후에야 패스에 오를 수 있었다. 고개나 안부를 뜻하는 패스는 중국에서는 야커우(垭口)로 부르고 있다. 녠바오위쩌 패스에서 바라보는 주변의 조망은 시원하기 그지 없다. 과락산으로 부르는 녠바오위쩌의 정상이 한눈에 들어온다. 침봉으로 둘러싸인 정상은 만년설을 덮어쓰고 일행과 마주하고 있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녠바오위쩌 정상의 만년설과 기분 좋은 조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녠바오위쩌 패스에 오르다 잠시 뒤돌아 본 모습 - 좌측 끝 부분이 야영지]

 

패스 정상에는 한 무더기의 돌탑이 쌓여있고, 그 위로 야크머리뼈를 놓고 깃발을 감아 올렸다. 이런 돌무더기는 티베트어로 ‘라체’라고 부르는데 이곳과 같은 패스, 산등성이 또는 신성시 하는 장소 등에 돌무더기로 티베트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다. 광활한 대초원을 떠돌아다니며 사는 유목민들에게 라체는 때로는 이정표이기도 하며, 신들에게 무사안녕과 평안을 비는 제단이기도 하다.

 

[녠바오위쩌 패스의 라체]

 

티베트 여행을 하면서 타르초와 룽다를 자주 볼 수 있다. 타르초(Tharchog)는 티베트불경을 인쇄한 사각의 깃발을 줄줄이 달아놓은 것이며, 룽다(Lungda)는 긴 장대에 티베트불경을 인쇄한 커다란 깃발을 매단 것이다. 티베트불교에서는 매달아 놓른 타르초와 룽다가 바람에 펄럭이며 내는 소리를 ‘바람이 깃발의 경전과 기도문을 읽는다’고 여기며 이는 ‘내가 불경을 한번 읽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또 바람에 경전이 세상에 전파되어 모든 사람이 행복해진다고 믿기도 한다. 룽다(Lungda)는 티베트어로 바람의 말(風馬)이라는 뜻을 담고 있으며, 오색의 타르초가 바람에 펄럭이면 손바닥, 발바닥, 이마에 있는 눈으로 인간의 위험을 막아주는 티베트여신인 ‘녹색타라’에게 메시지를 보낸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룽다나 타르초를 세우고 관리를 하면 글을 몰라 불경을 읽지 못해도 누구나 수양을 할수 있다고 믿고 있다.

 

타르초는 모두 다섯 가지의 색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청색, 백색, 적색, 녹색, 황색으로 우주를 구성하는 다섯 가지를 상징한다. 청색은 하늘, 흰색은 구름, 적색은 불, 녹색은 물, 황색은 땅을 의미하므로 깃발을 보면 청색을 맨 위로 황색을 맨 아래로 배열한다. 또, 다섯가지의 색은 동, 서, 남, 북, 중의 다섯 방향을 나타내기도 하며, 티베트인들이 정리한 음양5행의 기본이 되기도 한다.

 

[녠바오위쩌 패스에서 내려다 본 하일간조]

 

반대편으로 내려다보니 하일간조 호수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30분 남짓이면 갈 것 같은 거리인데 실제로 내려가 보니 2시간 가깝게 걸리고 말았다. 촬영일정으로 느긋하게 내려가는 것도 있었지만 내리막이라고 서두루지도 않았으며, 조정된 일정으로는 서두를 필요도 없었다.

 

정상에서도 드론은 하늘로 오른다. 방송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 궁금하기 그지없다. 일행들도 경치 좋은 주변을 배경으로 몇 장의 사진을 남긴다. 이제 하일간조를 향하며 녠바오위쩌 패스와 이별을 한다.

 

[녠바오위쩌의 멋진 영상을 담아주는 공중 촬영용 드론]

 

중국의 오지를 찾을 때마다 항상 스스로에게 묻는다. ‘왜 힘들게 이곳까지 왔으며, 무엇을 위해 오느냐?’고.... 그러나 그 질문은 우매하기 그지없는 질문이다. 흔히 동 티베트로 부르고 있는 중국 서부 오지에 있는 산들을 한번 접한다면 누구라도 필자처럼 중국오지에 빠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중국 서부에는 그만큼 때 묻지 않은 매력이 넘쳐흐르기 때문이다.

 

하일간조까지 내려서는 길은 한층 여유가 있었다. 가파른 내리막이기는 하지만 사면을 감아 도는 등산로는 힘들지 않고 걷기에 아주 좋은 길이었다. 맞은편으로 침봉의 바위틈으로는 흰색의 만년설과 미처 녹지 못한 눈의 흔적이 남아있고, 아래로 내려오면서 푸른빛의 초원이 침봉을 떠받치고 있으며, 그 아래로 다시 푸른색의 일간조호수가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하일간조를 향해 하산하는 모습]

 

지난겨울을 지나며 마른 풀잎사이로 새로운 생명이 푸른빛으로 섞여있고, 푸른빛은 다시 노란 꽃으로 생명의 결정체를 만들었다. 가이드인 조마가 풀 속에서 무언가를 찾는다. 시기는 좀 늦었지만 아직도 동충하초가 많다고 한다. 캐낸 동충하초를 일행에게 보여준다. 내가 가져간다고 하니 안 된다고 절레절레 고개를 젓는다. 그러고 보니 조마는 처음 트레킹을 시작할 때부터 우리를 안내하면서 수시로 풀 속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이번에는 또 다른 풀잎을 뜯어 입에 넣는다. 그리고 일행에게도 먹어보라고 권한다. 티베트어로 지에져레모라고 부르는 이 풀잎은 시큼한 맛이 강하였다. 피로도 회복이 되고 고소증세에도 좋다고 하는데, 믿을 수는 없었다. 우리들도 어릴 적 농촌의 들판을 뛰 놀며 가끔씩 풀잎을 따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고 보니 농촌의 모습은 과거에 우리가 자란 환경이나 지금 이들이 사는 환경이나 모두 비슷하다는 생각이었다.

 

[5일간 일행을 안내한 가이드와 마부]

 

호수를 앞에 두고 풀밭에 앉았다. 그동안 노란색의 야생화가 이곳에서는 하얀색으로 바뀌었다. 호수와 어우러진 그 모습 또한 지나칠 수가 없어 카메라에 담아본다. 동행한 서인석선배가 멋진 포즈를 취한다.


배낭을 열어 간식을 꺼내 점심을 대신한다. 라면을 끓이려던 당초의 계획은 물이 있는 호수까지 가야하나 오늘 숙영지를 상일간조로 잡았으니 여기서 간단히 행동식으로 식사를 하기로 했다.

 

맞은편에서 부스럭거리는 인기척에 고개를 돌려본다. 2명의 등산객들이 맞은편에서 우리가 있는 방향으로 오고 있었다. 당초 우리가 계획했던 코스와 정반대로 서문에서 출발해 선녀호까지 가는 것 같았다.


그들은 부부로 북경에서 직장을 다니는 직장인이라고 했다. 휴가를 얻어 오랫동안 계획을 세웠던 녠바오위쩌를 찾았다고 한다. 우리처럼 포터용 말을 이용하지도 않았고, 가이드도 없었다. 75L의 배낭에 텐트와 침낭, 취사구와 먹을거리까지 모두 본인들의 배낭에 수납을 하였다.

 

[거대한 호수인 하일간조]

 

잠깐의 대화를 마치고 그들과 헤어진다.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상일간조로 이동을 한다. 평지로 내려서기 전 비탈면을 질러가야 하는 등산로는 발걸음을 옮기기 어려울정도로 잡목이 우거졌다. 30여분이 넘게 잡목을 헤치고 나니 아래쪽 초원으로 내려설 수가 있었다. 하일간조 상부를 지난 커다란 평원에는 다시 야생화 만발한 황금빛 초원을 만날 수 있다.

 

초원 가운데에는 유목민이 이제 막 터를 잡기 시작하였다. 주거를 할 목적으로 하얀색 천막을 치고 그 옆으로 연료로 사용할 야크를 비롯한 동물들의 배설물을 수북이 쌓아 올렸다. 동물의 배설물을 연료로 쓰는 모습은 티베트에서는 자주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척박한 고산지역에서 유목생활을 하는 그들에게는 기나긴 겨울을 나려면 난로를 이용한 난방이 필수이지만 땔감으로 사용할 나무가 없었다. 이러한 환경은 그들이 가축의 배설물을 말려 연료로 사용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하였던 것이다. 유목생활을 끝내고 정착을 한 티베트인들이 사는 마을을 보면 어김없이 가축의 배설물을 쌓아 올렸다. 어떤 집은 수북이 탑을 쌓아놓았고, 또 어떤 집은 담장에 배설물을 쌓아올렸다. 어찌 되었든 그들은 가축의 배설물을 연료로 삼아 식사를 준비하고 난로에 불을 집히며 살고 있으며, 배설물을 많이 쌓아놓은 집이 부잣집이라고 한다.

 

[하일간조와 상일간조 사이에 있는 야생화 군락지 - 좌측편의 흰천막은 유목민이 사는 집]

 

갑자기 유목민들의 생활이 궁금해진다. 수유차나 한잔 마시며 그들의 생활하는 모습을 보려고 천막을 들여다보려니 굳게 잠겨있었다. 주변에 말이나 야크 한 마리 없는 것으로 보아 이곳에 이제 터전을 잡으로고 천막만 쳐 놓은 것 같았다. 하늘은 어두워지고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진다. 유목민들 생활 체험은 다음으로 미르고 상일간조 하단의 야영장까지는 이동을 한다.

 

[야생화 군락지의 야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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