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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적인 운해에 감동하고, 오색의 계단에서 울고...

trekker 2006. 6. 27. 13:44

산행일자 : 2006년 6월 24일 ~ 25일(무박)

산행코스 : 한계령-서북능선삼거리-끝청봉-중청산장-대청봉-설악폭포-오색매표소

산행거리 : 도상거리 13.1km(실거리 17.1km)

산행시간 : 9시간 54분(03:45~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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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雪嶽)!]


사는 게 무엇이 그리 바쁜지 단 하루도 여유가 없는 삶의 연속이다.

마음 내키는 대로 이곳저곳 산하를 누리고 싶지만 마음뿐, 언제나 타의에 의한 산행이 많다.

허나, 이제 조금의 시간이라도 자신을 위해 투자(?)를 하고, 마음 가는대로 산행을 하고 싶어

금년부터는 그동안 같이하던 산악회도 타인에게 넘겨주고, 야인의 생활을 걷고 싶었다.


몇 년 전 대간산행을 같이하면서 만난 유선배님이 운영하는 산악회가 있다는 것을

우연히 인터넷 서핑을 하다 알고 난 후, 한번쯤은 같이 산행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이제서 동참을 하게

되었다.


설악....

약관을 넘긴 20대의 청년시절 우리나라의 산이 이곳뿐이라는 생각이었는지 무수히도 많이 찾았던 곳이다.

어떤 해는 한해에 20번을 설악산만 찾았던 기억이 있으니…….

91년 들어 백두대간에 산 꾼들에게 알려질 무렵, 오히려 나는 산악가이드생활을 정리하면서 산까지 잊고 살

았다.

이후 2년 만에 다시 산을 찾으면서도 제일 먼저 찾은 곳이 설악 대청봉이었다.


1970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설악산은 강원도 인제군, 양양군, 속초시, 고성군 등 5개 시군에 걸쳐있는

산으로서 대청봉(1708m)을 중심으로 동, 서, 남, 북을 나누어 외설악, 내설악, 남설악, 북설악으로 구분을 한다.

설악산은 이름 그대로 눈(雪)과 바위(嶽)의 산으로서 남한에서 한라산(1950m)과 지리산(1915m)에 이어

세 번 째로 높은 산이며 악산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는 남한 최고의 명산이다.

1984년 점봉산(1424m)이 국립공원에 편입되었으며, 유네스코(UNESCO)에 생물권보존지역으로

지정되었을 만큼 생태지역의 보고이기도 한 산이다.


자료에 의하면  설산(雪山),설봉산(雪峰山) 등의 다른 이름도 있었으며, 세상에서 가장 높다는 뜻의

옛 우리말 ‘술알‘을 한자로 음역한 데서 설악이라는 이름이 나온 것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신라 22대 지증왕 때 여러 명산대천에서 제사를 지냈다는 기록이 있으며,

그중 설악산에서도 제례를 올렸다고 한다.

"동국여지승람"에는 설악산이 한가위부터 내리는 눈이 하지(夏至)가 되어야 없어지는 산이라는

기록이 전하고,"증보문헌비고"에는 암석이 눈처럼 하얗기 때문에 설악이라 불린다는 기록이 있다.

예전에는 대청봉이 있는 양양쪽 산을 설악산이라 하고, 귀때기청봉이 있는 인제 쪽의 산은

한계산(寒溪山)이라 불렀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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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북능선…….]

16강 문턱에서 좌절은 했지만 월드컵 축구의 응원으로 지난 금요일 밤을 꼬박 새우고도 바쁜 업무 덕에,

토요일 하루가 비몽사몽…….

정신없이 보낸 덕에 움직이는 버스 안에서는 짧은 시간이지만 단잠을 잘 수 있었다.

새벽시간, 휴게소에서 도시락으로 아침을 먹고, 한계령으로 이동하여 백팔계단(계단 초입 좌측에 108계단

안내석이 있음)을 오르며 산행을 시작한다.

설악루와 위령비 뒤쪽의 매표소를 지나면서 급경사 오르막길이 계속된다.


오늘 산행에서는 중간 가이드 역할을 수행하기로 하지만 산행에서는 중간은 없었다.

초반부터 선두그룹과 컨디션이 아주 좋지 않은 후미그룹으로 뚜렷하게 나누어진다. 자연스럽게

중간부분은 없어지고, 후미그룹과 같이 산행을 한다. 가스가 가득한 설악의 새벽산행은 느낌도 상쾌하다.

여명과 함께 날은 밝아오고 서북주능까지의 길은 아직 갈 길이 먼데, 부상소식이 입장을 난감하게 한다.

한계령에서 약2.1km 지점, 샘터에 도착한다.

샘터(등산로 오른쪽 사면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있었지만 확인 할 수가 없다.

다람쥐들만 산객을 반기느라 주변으로 몰려든다.

산행 후에 인터넷을 뒤져보니 2003년 태풍 매미의 영향으로 토사에 묻혀

더 이상 샘터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한다.


걱정이 앞선다. 무사히 오늘 산행을 마칠 수 있으려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계속 진행하는 수밖에

별다른 방법이 없다. 이제 산행 시작 단계이므로 여기서부터 대청봉까지는 6km가 넘으며,

오색까지는 11km가 넘는 거리다. 그러나 서북능선만 접어들면 평탄한 능선으로 조금은

안심할 수 있으리라 보며 샘터를 출발한다.


서북능선 삼거리에 올라선다.

왼쪽은 귀떼기청봉과 대승령으로 오른쪽 길이 대청봉으로 이어지는 서북능선이다.

능선 남북으로 펼쳐진 황홀한 운해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그동안 많은 설악산행에서도 이렇게 멋지고 아름다운 운해는 본적이 없었다.

설악의 운해가 지리산등 다른 산의 운해와 다르고 더욱 아름다운 것은 명산으로

암봉과 잘 조화되고 어우러진 모습이 마치 거대한 바다에 암봉을 지닌 섬의 모습을 하기

때문이리라 생각한다.

카메라의 셔터로 그 모습과 함께한 자연인의 모습을 담는다.


멀리 봉정암의 보습도 보안다.

봉정암은 설악산의 대소사암 중 제일 먼저 창건된 백담사 부속 암자다.

신라 선덕여왕 12년에 자장율사가 당나라의 오대산에서 수도를 마치고 부처님 사리를 얻어 와서

오층탑을 세워 사리를 봉안하고 절을 창건했다.

양산 통도사와 경주 황룡사 9층탑에 사리를 봉안하고, 금강산을 찾아갔으나 마땅히 사리를

모실만한 곳이 없었다고 한다.

봉안 장소를 찾으려 기도를 시작한지 이레 째 되는 날, 갑자기 하늘이 환하게 밝아지면서

어디선가 오색찬란한 봉황새 한 마리가 자장율사를 인도하여 이곳에 사리를 봉안하고  암자를 지었다.

절 이름은 봉황이 부처님의 이마로 사라졌다 하여 ‘봉정암(鳳頂庵)’이라 붙였다.

봉정암은 이후 불교의 성지로 정착되었으며, 전국 사찰 중에서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완만한 오르막의 능선길이 계속이어 간다.

끝청봉까지 가면서도 양옆으로 펼쳐진 운해가 끝도 없고, 바위와 어우러진 절경에 감탄 또 감탄을 한다.

백두대간의 줄기이기도 한 이 서북능선과는 달리 혹자들은 귀떼기청에서 안산구간은

서북능선으로 부르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는 백두대간의 마루에서 뻗어나간 지릉으로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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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청산장, 그리고 지옥의 오색 계단 길…….]


눈앞에 대청봉의 모습을 보며 중청산장으로 접어든다.

이미 2시간 전에 선두는 이곳에 도착하여 식사를 마친 후 모두 출발한 상태였다.

유대장님 혼자 이곳에서 후미를 기다리고 있다.


준비한 식사를 나누어 식사를 한다. 정상주 한잔과 곁들여서…….

싱글이 된지 오래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싱글 산악회와 함께 많은 산행을 하며, 공통적으로 느낀 점이 있다.

식사메뉴가 푸짐하다는 점이다.

음식 종류도 다양하고, 반찬도 다양하고…….

식사량도 많아 오히려 체중이 늘어나지 않을까 늘 걱정이다.

이곳 역시 마찬가지다.

맛있는 식사……. 아주 잘 먹었습니다.


대청봉으로 올라선다.

몇 년 전 10월, 아이들을 데리고 한계령을 출발해 이곳 대청봉을 오른 적이 있었다. 가을 단풍철이었던

그 날 대청을 지나 천불동 계곡으로 한산을 하면서 밀리는 인파로 17시간을 넘게 산행을 하고,

무사히 귀가를 하였지만, 날이 저물도록 미처 하산을 하지 못한 사람을 헬기로 수송을 하였다는

뉴스를 집에서 보고, 그 후로는 설악을 스스로 포기하였었다.


지체된 시간이 많아 산행을 서두르지만 산행속도는 좀처럼 빨라지지가 않는다. 

설악폭포위 계곡에서 일행을 기다리며, 등산화를 벗고 계곡에 발을 담그며, 망중한을 느낀다.

후미의 모습이 보이고, 또 다시 먼저 자리를 일어난다.


지난해 산우 한사람이 오색에서 대청까지 산행을 하고 계단 때문에

다시는 오색코스를 가지 않겠다던 말을 현실로 느낀다.

상당히 가파른 등산로가 많은 인파와 폭우로 인해 토사침식이 극심하고 이에 따른 훼손으로 인해,

이를 보전하려는 공단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정비차원에서 계단을 만들었겠지만, 다른 방법은 없을까

하는 생각이다.

어쨌든 그동안 산행 중에 거의 느끼지 못한 경험을 했다.

무릎에 열이 나는 것을 느끼고, 페이스를 조절해야 했으니.......

오색등산로..... 다시는 오고 싶지 않은 길이다.


오색 매표소를 빠져나오며 산행을 마친다.

오색(五色)은 내륙에서 한계령을 넘어 영동지방의 첫 마을이다.

옛날 병풍바위 밑에서 일곱 선녀가 목욕을 하고 있었는데, 몰래 뒤따라 온 선관이 가장 예쁘게 생긴

두 선녀의 옷을 몰래 감추어 버렸다.

옷을 잃은 두 선녀는 끝내 승천하지 못하고 한 선녀는 옥녀폭포, 다른 선녀는 여신폭포가 되었다.

선녀들이 폭포로 변한 것을 까맣게 모르고, 선관은 두 선녀를 찾아 대청봉을 향해 홀로 전력을

다해 계곡을 올라가다가 끝내 힘에 겨워 그 자리에서 굳어버리고 말았는데,

이것이 독주(獨走)계곡과 독주폭포라고 한다. 이때 선관이 감추었던 선녀들의 옷은

남설악 오색으로 흘러와 치마폭포와 속치마폭포가 되었다고 한다.


오색 약수터에서 약 200m 정도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좌측에 보이는 탕건바위와

감투바위는 선관의 탕건과 감투가 변해서 된 것이라 하며, 선녀가 목욕하다 변한

선녀탕에서 약수계곡까지 흐르는 물을 음수(陰水)라 하고, 독주폭포에서 흘러내려 오는 물을 양수(陽水)한다.

이곳 오색의 약수는 건강식수로 호평을 받고 있는 것도 알칼리성 양수와 음수(陰水)의

원리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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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은 들었지만 오랜만에 대청봉에 올랐습니다.

처음 참가한 산친구산악회에서 함께 웃으며 산행하신 여러분들 환대에 감사드립니다.

특히 오랜만에 유선배님의 건강한 모습 다시 뵐 수 있어서 좋았구요. 마지막에 하산을 같이하신

맨발님도 감사합니다. 다시 한번 생일 축하드리고요.

다음 석룡산 산행이 아직 일정이 불투명하지만 가급적 참가토록 하겠습니다.

그 다음주에 석룡산에서 1박 하려고 펜션도 예약했지만 연속으로 두 번 갈수도 있지요 뭐....

아님.. 화악산으로 가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