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만년雪··· 천년城··· 백년삶이 덧없더라〈스포츠칸>

2007. 12. 2. 13:19중국/중국 서부 트레킹

〈스포츠칸〉[해외여행] 만년雪··· 천년城··· 백년삶이 덧없더라







리장(麗江)은 중국 윈난성의 서북부에 위치한 해발 2400m의 고원도시다. 해발고도로 인해 온도변화가 극심해 휴양지로도 각광을 받는다. 계곡 깊숙한 곳에는 남아열대이고 산꼭대기는 한대 기후라 연평균 섭씨 12.6~19.8도다. 더울 때는 17~25도, 추울 때라야 1~11도 정도니 연중 찾는 이들이 끊일 날 없는 곳이다. 리장 여행은 지금이 딱 적기다. 사방에 만년설을 이고 있는 산봉우리들을 보면서도 추위를 느끼지 않아도 된다.

이 고원지대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돼 있는 리장고성(麗江古城)이 있다. 원나라 초기인 12세기 중엽에 후비리에가 남쪽으로 쳐들어와서 다리(大理)를 정벌할 때 처음 병영을 세웠던 곳이다.

명나라 때에 지금의 모습을 갖춘 성이 완공되었다니 오랜 세월을 두고 다듬어진 유서 깊은 성이다. 성 안이 그냥 비어 있는 상징적인 곳이 아니라 사람들이 실제로 살고 있는 생활터전이어서 더욱 인상 깊게 만든다. 고성의 중심에는 쓰팡제(四方街)가 있어 여기에서부터 방사선 길이 사방으로 열려 있고 바닥이 대리석으로 깔려 있어 그동안 닳고 닳은 길바닥이 운치를 더해준다. 집들은 나무로 된 기와지붕인데, 3면이 방이고 한면이 벽으로 된 구조라 우리에겐 익숙한 집이다.

시 전체가 하나의 상권으로, 특산물을 판매하고 맥줏집과 노래방도 있다. 물론 한국노래도 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설 명절 때라 관광객들은 이를 축하하고 복을 빌기 위해 흐르는 물에 유등을 띄우고 본토박이 나시족 사람들은 전통복장을 갖춰 입고 광장에 모여 회의를 하는데 밤이 깊어도 헤어질 줄 모르고 갑론을박한다.

나중에 들으니 누구네 집 앞에 놓을 돌다리공사 문제를 두고 만장일치가 될 때까지 그러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성을 에워싸고 있는 의상산, 사자산 등이 병풍처럼 북풍을 막아주고 서쪽에는 만년설에 덮인 위룽쉐산(玉龍雪山)이 있는 리장고성. 이 성에는 수도시설이 따로 없다. 만년설이 녹은 물이 지하를 통해 성 곳곳으로 흘러들어 성 사람들은 이 물을 이용한다. 성 북쪽에 헤룽탄공원(黑龍潭公園)이 있는데, 호수 가운데로 만년설을 이고 있는 위룽쉐산이 그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 보이고 있다. 청나라 때 건륭황제가 친필을 써 내려 이 호수를 ‘옥천용신’이라 명명 하였다 하여 지금도 위취안(玉泉)이라고 부른다.

이 호수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땅속에서 물방울이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위룽쉐산의 눈 녹은 물이 땅속을 통해 흘러들어 호수에다가 분출시키고 있는 현상이다. 호수의 물이 성 안의 시가지를 골고루 적시며 흐른다. 시민들은 이 물을 이용해 1년 내내 물 걱정 없이 산다. 물이 맑아 그대로 퍼마셔도 될 정도라 ‘산 좋고 물 좋은 곳’이 곧바로 샹그릴라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게 한다.

호수공원에 리장 둥파(東巴)박물관이 있어 역사공부가 된다. 리장 나시족들이 사용했던 둥파원(東巴文)과 나시문화를 엿볼 수 있다. 이들은 평시 검은 색깔의 옷을 입고 일하지만 원색 그대로의 찬란한 의상도 걸치고 화장도 짙게 한다.

위룽쉐산은 중국 서부의 가장 남단에 위치한 고산으로 길이 35㎞, 폭 12㎞에 이르는 거대해 손오공이 갇혀 벌을 받았다는 신산이다. 남단의 주봉 선자두는 해발 5596m밖에 안되지만 아직 전인미답이라고 한다. 해발 3000m 지점까지 등산로가 이어져 있고, 4500m까지 연결된 케이블카가 있어 정상이 바로 코앞에 보이는 곳까지 누구나 올라갈 수 있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전망대까지는 자연 원시림을 그대로 뚫고 걸을 수 있는 산책로가 나 있다. 시내에서 18㎞밖에 안 떨어져 있어 산행은 필수코스다. 정상은 운무 속에 가려 좀처럼 그 웅자를 잘 드러내지 않지만 성 안 어디에서도 잘 보인다. 성 안 사람들은 변화무쌍한 이 기운을 보고 아직도 손오공이 저 산속 어딘가에 살며 도술을 부리는 것이라고 말한다.